[한자 이야기]<371>傷弓之鳥, 落於虛發

  • 입력 2008년 3월 10일 02시 59분


傷(상)의 본의는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쉬 드러나는 상처이다. 상처의 뜻과 상처 입다 또는 해치다의 뜻이 있다. 傷心(상심)은 마음 아파함을, 傷害(상해)는 상처를 내어 해롭게 함을 뜻한다. 弓(궁)은 활이다. 傷弓之鳥(상궁지조)와 관련하여 ‘戰國策(전국책)’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한다. 명사수였던 更羸(경리)가 날아오는 기러기를 보더니 화살도 없이 활시위를 튕겨 그 기러기를 떨어뜨렸다. 魏王(위왕)이 놀라 그 비결을 묻자 경리는 대답했다. “느리게 날고 슬피 울었습니다. 느리게 난 것은 상처가 아파서였고, 슬피 운 것은 오랫동안 제 무리와 떨어져 있어서였습니다.” 몸과 마음의 상처 때문에 활시위 소리만 듣고도 떨어졌다는 말이다. 그로부터 傷弓(상궁)은 재난을 당한 적이 있어 그에 대한 아픔과 두려움이 남아있음을 비유하고, 傷弓之鳥(상궁지조)는 그런 사람을 비유한다.

落(락)은 墜落(추락)처럼 떨어지다의 뜻이다. 여기서의 於(어)는 ‘∼에 의해’에 해당한다. 단순히 근거나 원인을 표시하기도 하고, 행위의 주체를 표시하며 문장을 피동태로 만들기도 한다. 虛(허)는 비다 또는 비우다의 뜻이다. 發(발)은 활을 당겨 화살을 쏘는 것이 그 본래의 의미로, 發射(발사)하다의 뜻이다. 여기서의 虛發(허발)은 화살을 메기지 않고 활시위만 튕기는 것을 가리킨다.

경험은 흔히 유용한 지혜를 선사한다. 그러나 극복하기 힘든 심한 재난의 경험은 쉬 지울 수 없는 상처와 두려움을 남긴다. 그래서 유사한 작은 고난에도 쉬 상심하고 무기력하게 꺾이기도 한다. 이런 심리적 병의 치유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며, 자신의 노력 외에도 주변의 꾸준한 이해와 격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房玄齡(방현령)의 ‘晉書(진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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