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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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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제1회 루치아노 파바로티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김영미(당시 27세). 그는 우승의 대가로 파바로티의 상대역으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무대에 섰다. 당시 54kg밖에 안 되는 가냘픈 동양인 소프라노는 그야말로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보였다. 그러나 벨칸토(아름다운 노래라는 뜻) 창법으로 다져진 목소리만큼은 당대 세계 최고의 테너가수 앞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파바로티는 ‘사랑의 묘약’ 공연이 끝난 후 김영미에게 “당신은 동양의 마리아칼라스”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세계로 진출한 한국인 소프라노 1호로 꼽히는 김영미(54·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사진)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그는 다음 달 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김영미-오페라 30년, 벨칸토 30년’ 공연을 갖는다.
고교 졸업 후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난 김영미는 1977년 이탈리아 베로나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푸치니 콩쿠르, 마리아칼라스 국제성악콩쿠르, 루치아노 파바로티 콩쿠르 등 세계 주요 성악콩쿠르를 석권했다. 이후 1992년 예종 교수로 귀국할 때까지 필라델피아, 휴스턴, 뉴욕 등 미국 전역에서 오페라 가수로 명성을 떨쳤다.
“요즘에는 너무나 쉽게 발성을 하려는 경향이 많아졌어요. 이탈리아 오페라는 벨칸토 창법으로 불러야 ‘와, 가슴이 찡하게 울려오는구나, 찌릿찌릿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쉽게 소리를 내면 깊은 맛을 낼 수 없고 생명도 짧습니다.”
김영미는 이탈리아 특유의 발성법인 벨칸토 창법에 정통한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소프라노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서울시향의 반주(지휘 오타비아 마리노)에 맞춰 이탈리아 유학파 테너 김남두, 바리톤 고성현과 함께 벨칸토 창법의 진수를 들려줄 계획이다.
“진정한 벨칸토의 대가들은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 베르디, 푸치니를 가리지 않고 모두 다 잘 소화할 수 있어요. 목소리는 신이 내린 고귀한 것인 만큼 정해진 운명대로 잘 쓰고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만∼10만 원. 02-518-7343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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