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46>繩鋸木斷, 水滴穿石

  • 입력 2008년 1월 30일 03시 11분


繩(승)은 노끈이나 새끼이다. 두 겹 이상 꼬아 만든 끈을 가리킨다. 또 목수가 줄을 긋는 데에 사용하는 줄을 가리키기도 하며, 바로잡는다는 뜻과 법도의 뜻이 있다. 繩墨(승묵)은 직선을 긋는 데 쓰는 도구인 먹물 먹인 줄로서, 규칙이나 법도를 비유한다. 鋸(거)는 톱 또는 톱질하다의 뜻이다. 정강이를 자르는 고대의 刑具(형구)를 가리키기도 한다. 斷(단)은 끊다 또는 끊어지다의 뜻이다.

滴(적)은 물방울 또는 방울져 떨어지다의 뜻이다. 硯滴(연적)은 벼루에 먹을 갈 때 쓰는 물을 담아두는 그릇이다. 餘滴(여적)은 쓰고 남은 먹물로서, 여분의 기록을 의미한다. 穿(천)은 구멍을 뚫거나 샘이나 개울 따위를 판다는 뜻이다. 의복을 입는다는 뜻도 있다. 오늘날에는 신이나 양말을 신는다는 뜻으로도 이 글자를 쓴다. 貫穿(관천)은 꿰뚫어 알거나 통달하다는 뜻이다. 穿壁引光(천벽인광)은 벽을 뚫어 빛을 끌어들인다는 뜻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비유한다. 漢(한)의 匡衡(광형)이 가난해서 밤에 불을 밝힐 수 없어 벽을 뚫어 옆집의 불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데에서 유래하였다. 벽을 뚫어 빛을 훔쳤다는 의미로 穿壁偸光(천벽투광)이라고도 한다.

닳기 쉬운 끈도 단단한 나무를 자를 수 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도 바위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 아무리 작은 힘도 꾸준히 쌓이면 큰 역량을 보이며, 아무리 작은 성과도 쌓이고 또 쌓이면 놀랄 만한 업적이 된다. 나쁜 일의 경우도 그 이치는 같다. 꾸준한 쌓임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지만, 그렇다고 작은 것에만 주의하여 도리어 큰 것을 놓치지는 않는지도 잘 생각해 볼 일이다. 유명한 문인들의 시와 문장을 평론한 宋(송) 羅大經(나대경)의 ‘鶴林玉露(학림옥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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