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08]시 심사평

  • 입력 2008년 1월 1일 02시 58분


요즘 詩답지 않은 탁트임

예심을 통과한 15명 투고자의 작품을 읽고 검토한 결과 두 명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남게 되었다.

‘무릎’ 등 5편의 작품을 투고한 조율의 경우 일상적 삶의 구체성에 바탕을 둔 치밀한 관찰과 묘사가 눈길을 끌었다. 그의 시는 감상이나 과장을 멀리한 채 삶의 신산함과 남루함을 적절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 그러나 이 투고자의 시적 발상이나 화법은 새롭다기보다는 기존의 유형화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반면 ‘추운 바람을 신으로 모신 자들의 經典(경전)’ 등 5편을 투고한 이은규의 경우 일상에서 시를 출발시키기보다는 관념에서 시를 끌어오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추상적 경향을 띠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는 작품을 관류하는 활달한 상상력 덕분에 요즘 시에서 보기 힘든 탁 트인 느낌과 더불어 세련된 이미지와 진술의 어울림이 주는 감흥을 맛볼 수 있었다. 두 선자는 이번 심사에서 일상의 세목에 대한 충실보다는 ‘바람을 동경하는’ ‘유목의 피’에 잠재된 가능성을 믿어 보기로 했다. 당선자의 시가 한국시의 비좁은 영토를 열어젖히고 나아가는 언어의 모험으로 연결되기를 희망한다.

이시영 시인

남진우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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