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마음을 다스리는 책]말썽꾸러기 동생 때문에 힘들었지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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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요, 동생 돌보느라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겼어요.”

독서 지도하는 어린이 중 하나인 예은이가 제법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1학년 예은이에게는 돌이 갓 지난 여동생이 있다. 걸음마를 시작한 동생이 틈만 나면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통에 손을 담그고 장난을 치는데, 예은이는 그런 동생을 화장실에 못 가게 지켜야 한단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동생한테 몽땅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동생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하니, 예은이 말처럼 눈가에 다크서클이 생길 만도 하다. 눈가뿐만이 아니라, 분명히 속도 까맣게 탔을 것이다. 예은이를 비롯해 동생이 있는 대부분의 아이 눈빛에서는 ‘삶의 고뇌’마저 느껴질 정도다.

임정자 씨의 동화 ‘내 동생 싸게 팔아요’에 등장하는 주인공 짱짱이도 남동생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짱짱이는 동생을 자전거에 태우고 시장에 간다. 말썽꾸러기에 사고뭉치 남동생을 팔러 나섰다. 하지만 동생을 판다는 건 쉽지가 않다. 누나한테 대들고, 나쁜 말하고, 고자질쟁이에 울보, 먹보인 동생을 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짱짱이는 동생을 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생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데, 그러다 보니 미운 감정도 조금씩 사라진다.

동생을 누군가에게 팔아 버리고 싶은 마음은 다른 나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다니엘르 시마르의 ‘심술쟁이 내 동생 싸게 팔아요’의 주인공 노아도 여동생 조아 때문에 고통스럽다. 조아는 다른 사람들 옷에 코를 묻히고, 남의 모자 속에 껌을 붙여 놓는 심술쟁이에, 툭하면 오빠를 할퀴고, 뾰족한 이로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아주 사나운 동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 놀이터에서 만난 낯선 아저씨가 동생을 사겠다고 한다. 노아는 낯선 아저씨에게 60달러를 받고 동생을 팔아 버린다. 노아는 나중에야 유괴범한테 동생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고 울면서 후회를 한다. 그리고 동생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내 동생 싸게 팔아요’와 ‘심술쟁이 내 동생 싸게 팔아요’에는, 다른 사람한테 줘 버리고 싶을 만큼 미운 동생이지만 자기 몫의 사랑을 기꺼이 내주어야 하는 맏이들의 고뇌가 잘 담겨 있다.

오늘 밤, 큰 아이만 꼭 끌어안고 ‘내 동생 싸게 팔아요’와 ‘심술쟁이 내 동생 싸게 팔아요’ 두 권의 동화책을 읽어 주는 건 어떨까? 작은 아이는 일찍 재우고. 책을 다 읽어 주고 나서, 짱짱이와 노아처럼 동생 때문에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맏이니깐 무조건 동생한테 양보하고 참아야 한다는 가르침보다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더 큰 힘이 된다. 그동안 동생에게 엄마 아빠를 빼앗겼다는 박탈감에서 벗어나, 엄마 아빠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동화작가 김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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