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삶의 최상급,숲 속의 자유…‘AutoCamping’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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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이면 신선한 대자연에 안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밤 ‘제2의 집’을 싣고 전국에 널린 ‘별장’으로 떠나는 오토캠퍼들입니다.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2박 3일 일정으로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 과거 영화에서 봤던 선진국의 오토캠핑이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자연과의 호흡’을 꿈꾸는 분을 위해 매달 오토캠퍼의 라이프스타일과 캠프장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오토캠퍼들은 봄 여름 가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야영을 합니다.

조금만 움직여 보십시오. 신선한 자연이 모두 내 것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마이 위크엔드가 자연을 품에 안을 수 있는 건전한 캠핑 문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국 곳곳에 가족과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쾌적한 오토캠프장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합니다.》

도시에 갇혀 사는 당신,인생을 확 바꿔 보시죠!

19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팔현오토캠프장. 강원 산간에는 올가을 첫 얼음이 얼 것이란 예보가 나온 쌀쌀한 날이었다. 추운 날씨에 캠프장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예상 밖으로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무슨 특별한 재미가 있기에 아이들이 캠프장을 찾았을까.

“잘 아시잖아요. 아이들은 놀거리를 스스로 만들어서 논다는 거….”

주부 이오순(35) 씨가 눈과 턱으로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곱 살 난 성호와 네 살배기 성주는 모닥불에서 꺼낸 작대기를 갖고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끝부분을 태운 막대기를 칼 삼아 휘두르면서 자기들만의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닥불에 비친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남편 김주완(36) 씨는 저녁 반찬으로 전어와 새우를 석쇠에 구웠다. 부부가 캠프장을 매주 찾다시피 하는 것은 순전히 자연이 만들어 주는 다양한 놀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곳은 편의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서울과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서울 도심 광화문에서 금요일 오후 5시 20분에 출발해 1시간 20분 걸렸다. 거리는 약 42km.

김 씨 부부는 올해 8월 오토캠핑을 시작한 초보자다. 벌써 캠핑 재미에 푹 빠져 이번에는 친구 부부를 초대했다. 자연과 보내는 하룻밤을 놓치기 아까웠던 부부는 경기 광명시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 김 씨는 아이들과의 추억을 위해 금요일 하루 휴가를 냈다.

○ 아이들의 천국

네 살배기 푸른이의 엄마 이민희(36) 씨는 “캠프장은 아이들에게 천국”이라고 말했다.

푸른이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거의 매주 부모와 함께 캠핑을 했다. 사는 곳은 서울 동작구 대방동이어서 ‘아스팔트 킨트’다. 하지만 시골 아이 못지않은 체험을 했다. 캠프장에서 친구와 형, 누나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은 부모가 시골 동네에서 놀던 것과 흡사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두꺼비집을 만들고 산에서 주운 나무로 전쟁놀이도 한다. 여름이면 냇가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개구리 잡기를 하면서 누가 많이 잡는지 내기도 한다.

“아이들 눈에 띄는 건 전부 장난감이 되더군요. 낯선 곤충을 보면 아이들이 함께 다리와 더듬이 개수를 세요. 들꽃을 종류별로 따와서는 향기별로 분류해서 ‘약초 놀이’를 하기도 하죠.” 이 씨의 말이다.

예민하던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은 것이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이 씨는 “방문 미술 선생님이 ‘푸른이가 1년 사이에 크게 안정됐고 문제 해결 능력도 높아졌다’고 말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오토캠핑을 하는 사람들은 동호회에 많이 가입한다. 그곳에서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둔 가족끼리 특별히 친해져 함께 캠핑을 다니기도 한다. 푸른이네는 다른 5, 6가족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푸른이에게는 중학교 2학년 ‘누나’도 있다. 어른들은 이따금 아이들을 위해 전기를 끌어오고 스크린을 설치해 작은 영화관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텐트 안에서 그림자 인형극을 열기도 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오토캠핑을 하는 사람들은 주방시설을 텐트의 거실 부분으로 들인다. 입식 텐트여서 어른이 서도 천장에 머리가 닿지 않는다. 바닥은 잔디밭이다. 잠을 자는 침실 텐트는 거실 텐트와 연결돼 있다. 가스난로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속은 훈훈하다.


▲ 촬영 편집: 동아일보 편집국 특집팀 박영대 기자

○ 자연체험의 장(場)

이오순 씨는 모닥불용 땔감을 찾으려 아이들과 짧은 등산을 하다가 잣나무 솔방울을 발견했다. 잣 알맹이가 가득한 것이었다.

“아이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에요. 우리 아이만 보기에는 아까워서요.”

캠핑을 다닌 아이들은 보는 것이 많다. 유치원에서 밤나무에 대해 배우기라도 할라치면 ‘오토캠핑 키즈’들은 밤송이에는 밤이 보통 1개부터 3개까지 들어 있다는 사실과 덜 익은 밤은 연두색이라는 사실까지 술술 읊어댄다. 푸른이는 기차를 그려 보라는 미술 선생님의 주문에 기차 레일도 함께 그려 주변을 놀라게 했다. 대부분 또래 아이들은 기차만 그리기 때문이다. 푸른이 아빠 김대식(38) 씨는 2박 3일의 일정 가운데 두 번째 날은 주변을 관광하는 프로그램으로 짠다. 팔현캠프장 인근에는 광릉숲과 자연사박물관이 있어 그곳에 가보기로 아이와 약속했다.

“여러 동호회에 가입해 두고 가보지 않은 장소를 많이 선택하지요. 주변의 유명한 사찰이나 유적지를 아이와 함께 꼭 둘러봅니다.” 김대식 씨의 말이다.

여섯 살 된 딸과 네 살 된 아들을 두고 있는 최면호(41) 씨는 아이들과 등산을 즐긴다. 이날 캠프장은 천마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아들이 일곱 살이 되면 설악산 대청봉을 함께 오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이들은 서로 친해져서 밥 때가 된 줄도 모르고 노는 일이 부지기수다. 사교성도 늘어 다른 텐트에서 같이 밥을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캠프장이 영락없는 시골 촌락 같은 분위기다. 가족 간의 대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텐트 속에는 대화를 가로막는 TV가 없기 때문이다. 가을밤은 점점 깊어진다.

▶주소=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팔현리 20, 규모=텐트 50동·차 50대, 지면=흙·풀밭, 개수대=1곳 있으나 불편한 편, 화장실=1곳, 관리동=있음(개인 관리), 전기=일부 사용 가능, 비용=어른 1명 1박에 6000원, 비고=서울과 가까운 것은 장점이나 개수대와 화장실이 캠프장과 멀어 불편, 문의 및 예약=031-575-3688

▶찾아가는 길=서울외곽고속도로 퇴계원나들목으로 나와서 국도 47호선을 타고 일동 방향으로 가다가 장현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계속 직진. 오남초등학교 지나 팔현유원지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유원지의 제일 깊숙한 곳까지 직진.

글=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는 1만6500m²(5000 평)의 잘 정리된 공간이다. 넓은 잔디밭과 강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가 인근에 있고 마을 서쪽에 자리한 대늪에선 민물낚시도 즐길 수 있다. 약 1km 떨어진 적벽강은 거대한 암봉과 강변 풍경이 일품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여름 성수기에는 1∼2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지만 요즘은 자리에 여유가 있다.

▶주소=충남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 700-56, 규모=텐트 50동, 차량 50대, 지면=잔디, 개수대=1곳. 화장실=1곳, 관리동=없음, 전기=가능, 비용=텐트 1동 1박에 1만 원, 비고=적벽강변 풍경이 좋으나 편의시설은 부족한 편. 급수대는 단체에 한해 마을에서 임시 급수장 설치해 줌, 문의 041-753-3203

▶찾아가는 길=대전∼통영 고속도로 금산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지방도 68호선을 타고 금산읍내로 가다가 읍내 직전 GS칼텍스 주유소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다리를 건너 국도 37호선을 이용. 양곡리삼거리에서 지방도 601호선을 따라가다 부리보건소 있는 하평에서 우회전. 대장금 촬영 세트장 알리는 이정표 있는 다리를 건너면 수통마을.


캠프장 중앙에 넓은 잔디광장이 조성되어 있어 아이들과 놀기에 좋다. 주차공간이 텐트를 치는 자리와 명확히 구분되어 있어 쾌적한 느낌을 준다. 물론 차 바로 옆에 텐트를 칠 수 있다. 깨끗한 계곡을 따라 선 기암절벽이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영화 ‘남부군’의 촬영지로 유명한 덕산계곡에서 방화동 계곡으로 연계되는 코스에 자연학습장, 모험놀이장 등을 갖춘 자연휴양림이 있다. 계곡 깊숙한 곳에 캠프장이 있고 성수기 외에는 매점 운영을 하지 않는다.

▶주소=전북 장수군 번암면 사암리 625, 규모=텐트 50동, 차량 50대, 지면=잔디, 개수대=5곳(겨울에는 1곳만 개방), 화장실=5곳(겨울에는 1곳만 개방), 관리동=있음(구급약 구비, 성수기 매점 운영), 전기=불가, 비용=텐트 6인용 이상 1박에 1만 원, 비고=샤워장이 있으나 겨울에는 사용 불가, 문의 및 예약=063-353-0855

▶찾아가는 길=88올림픽 고속도로 남장수나들목에서 나와 우회전해 국도 19번을 따라 번암면 죽산삼거리까지 이동.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죽산교를 건너 약 8km 가면 방화동 자연휴양림 매표소가 나옴.

:오토캠핑:

호텔이나 여관 등 숙박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자동차를 활용해 야영하는 여가활동.

차에 매단 캠핑 트레일러나 캠핑카에서 숙식하기도 하고 차에 실어온 텐트 버너 등 장비를 활용해 야영하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에는 캠핑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일본에는 텐트족이 많다.

국내에선 2000년경부터 마니아를 중심으로 텐트를 이용한 오토캠핑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일반인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오토캠퍼들은 기존 텐트보다 크고 높아 서서 생활할 수 있는 거실형 텐트와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RV 차량을 사용한다.

오토캠프장은 주차공간과 캠핑공간이 바로 붙어 있어 숙박시설까지 짐을 나를 필요가 없고, 전기시설 개수대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4계절 개방하는 것이 여타의 캠프장과 다르다.

현재 시설을 잘 갖춘 오토캠프장은 전국에 25~30곳이 있다.

오토캠프장으로 활용되는 기존 캠프장까지 합치면 100곳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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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용 텐트를 갖고 있는데 가을이나 겨울철에도 오토캠핑을 할 수 있을까요?”

오토캠핑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예스!”다.

장비가 요즘처럼 다양하지 않았던 몇 년 전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국산 K 브랜드가 만든 풀벌레 색깔의 캐빈형 텐트가 하얗게 눈 덮인 캠프장에 우뚝 서 있는 풍경이었다.

오토캠핑은 화려한 장비를 완전히 갖추고 시작해야만 하는 야외활동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레저일 뿐이다.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있는 장비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꼭 필요한 몇 가지를 보충하면 된다. 우선 갖고 있는 장비부터 점검해 보자.

‘여름용 텐트와 코펠, 버너, 배터리 랜턴, 돗자리…’ 등 목록이 작성됐다고 치자. 이 가운데 여름용 텐트는 침실용 텐트로 사용하면 된다. 추운 겨울을 나려면 침낭(6만8000∼20만 원)과 두툼한 매트(2인용 기준 9만∼21만 원)가 필요하다. 탕파(湯婆·침낭에 넣는 발열용 물통, 3만∼9만 원)도 있으면 좋다.

겨울에는 좁은 텐트 안에서만 생활하기 불편하므로 생활공간용으로 거실형 텐트(40만∼100만 원)와 화로(12만∼22만 원)가 있으면 더욱 좋다. 아이가 어릴 경우에는 100W 이하의 전기담요(2만∼3만 원)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갖고 있는 것 가운데 교체해야 할 것도 가려내 보자. 밤 생활이 긴 오토캠핑의 특성상 불빛이 약한 배터리 랜턴은 가스나 휘발유 랜턴(7만∼15만 원)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오는 가을에는 돗자리에서의 좌식 생활보다는 테이블(7만∼22만 원)과 의자(4만∼12만 원)를 활용한 입식 생활이 편리하다.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장만하는 재미가 쏠쏠하듯 여유가 생기면 장비를 늘려가는 것도 오토캠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기쁨이다. 오토캠핑 관련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동호회, 오토캠핑을 주제로 한 블로그 등에서 장비에 관한 도움말을 얻을 수 있다.

또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중고품을 구입해서 돈을 아낄 수도 있다. 매주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캠핑 행사 일정을 확인해 보자. 백문이 불여일견. 처음에는 하루 일정으로 오토캠프장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가족적인 캠프장의 분위기를 경험한다면 오토캠핑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홍혜선 ‘오토캠핑’ (www.autocamping.co.kr) 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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