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시대]촛불 영롱한 ‘폼페이’에서 그녀는 점점 더 예뻐져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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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익대 앞 카페 ‘D’

그곳은 장막을 걷기 전엔 알 수 없는 동네였다. 50개의 촛불이 몸으로 다가온 순간 화산재로 사라진 이탈리아 고대 도시 폼페이의 시민이 된다. 검붉은 포도주 잔을 높이 올리며 자그마한 소리로 외친다.

“촛불이 타듯 나의 추억도 불타오르고 있어…”

첫인상은 어두컴컴한 지하. 왠지 쥐 몇 마리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쳐진 큰 장막. 중세시대 기사의 망토 같은 이 장막을 걷기 전에는 폐쇄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카페 문 앞에 적혀 있는 ‘수줍거나 머뭇거리거나 가슴 떨리거나’라는 문구는 낯설기만 했다. 장막을 걷으니 수십 개의 와인병 위에 하얀 촛농이 거미줄처럼 쳐져 있었고 50개의 환한 촛불이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2005년 11월에 문을 연 이곳은 일명 ‘촛불세계’.

“이탈리아의 고대 도시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폼페이 유적지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부사장 신숙주 씨의 말처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에 위치한 ‘D’ 바의 공감각 주제는 ‘폼페이’다.


촬영·편집: 박영대 기자

둥그런 모양의 방은 모두 9개로 각각 고대 로마 조형물처럼 벽돌로 쌓여 있었고 그 위에 촛불 50개가 벽돌을 따라 촘촘하게 놓여 있었다. 은은하고 ‘뽀샤시’한 시각적 효과는 다른 감각을 느끼기도 전에 사람들을 빠져들게 했다. 신 부사장은 “엄마 배 속의 느낌을 주기 위해 촛불로만 조명하고 있다”며 “2, 3일에 한 번씩 초를 갈아 준다”고 말했다.

이곳의 주 메뉴는 와인이다. 칠레, 그리스, 스페인 산 등 50종류가 있다. 추천 메뉴인 ‘디 마르티노’ 와인을 시켜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몸 안의 감각 더듬이가 쫙 펴지며 바의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른한 몸을 벽에 기대어 보니 들쑥날쑥한 벽돌이 등을 눌러 따끔거렸고 촛불에선 “차르르”하며 초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는 ‘좌식’이기에 엉덩이와 발바닥이 코르크마개가 놓여 있는 바닥에 닿으면 다소 거친 느낌이 든다. 폐허가 된 폼페이의 느낌이 전해지는 듯하다. 밀실 같은 이 벽돌방에서 와인 잔을 들면 자연스레 로마의 이야기가 나올 듯하다. 특별한 향기는 없었다. 1년 전엔 민트향, 레몬향 등 5, 6개 향을 사용했지만 지하 공간이어서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지금은 향을 쓰지 않는다. 다소 아쉽다.

이곳에서 와인을 마시는 손님들의 기분은 어떨까. 이구동성으로 고대 도시 같다고 말했지만 세대별로 갖는 느낌은 달랐다.

“들어가기 전엔 알지 못하는 수줍은 동네 같아요.”(20대 여대생)

“촛불 때문에 후배 얼굴이 예뻐 보여 저도 모르게 얘기하다가 머뭇거려져요.”(30대 직장인)

“촛불이 은은하긴 한데 불 날까봐 가슴 떨려요.”(40대 부장)

○ 메뉴=이탈리아산 빌라M 5만4000원(와인), 빌라M 로소 5만6000원(와인), 멜론 프러포즈 19000원(요리) 02-3141-8833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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