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67>善游者溺, 善騎者墜

  • 입력 2007년 10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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善(선)은 착하다 또는 훌륭하다는 뜻 외에 ∼을(를) 잘한다는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游(유)는 헤엄친다는 뜻으로 水泳場(수영장)은 游泳場(유영장)이라고도 한다. 또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는 뜻이 있으니 浮游(부유)는 수면이나 공중에서 이리저리 떠다님 혹은 일정한 행선지 없이 돌아다님을 뜻한다. 溺(닉)은 빠진다는 뜻이다. 溺死(익사)는 물에 빠져 죽는 일이고 耽溺(탐닉)은 어떤 일을 몹시 즐겨 그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騎(기)의 본의는 말을 탄다는 뜻인데 꼭 말이 아닌 경우에도 타는 방식이 유사하면 그대로 쓴다. 말 탄 병사, 즉 騎兵(기병)을 뜻하기도 한다. 一騎當千(일기당천)은 기병 한 사람이 천명을 당해 낸다는 말로, 무예가 썩 뛰어남을 비유하는 말이다. 墜(추)는 墜落(추락)에서처럼 떨어진다는 뜻이다.

헤엄 잘 치는 사람이 물에 빠진다는 것은 일반적인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흔히 존재하는 이치를 일깨운다. 헤엄칠 기회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사람은 흔히 익숙하고 숙련된 일에 대해 경솔하게 대하기 쉽고, 그러다 보면 실수를 범하여 화를 당하기가 쉬운 법이다. 넓은 직선 길에서 의외로 자동차사고가 많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주량이 세다고 자부하는 이가 크게 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또 잘한다고 자부하는 일에서의 실수는 모두 경솔함에서 비롯된다. 그런 실수와 화를 면하려면 언제나 如履薄氷(여리박빙·얇은 얼음 위를 걷듯이 한다)이라는 말을 새겨두고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일의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淮南子(회남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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