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부부 맥가이버’…기능장 커플 김영택-고은정 씨

입력 2007-09-28 03:06수정 2009-09-2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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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일한 기능장 부부인 김영택(왼쪽) 고은정 씨는 시간 날 때마다 생활 주변에서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해 만들어 보는 것이 취미다. 아내가 제품을 설계 조립하면 남편은 용접을 하고 마무리 작업을 한다. 정미경 기자
《인천 서구 연희동의 김영택(35) 고은정(32·여) 부부 집에 들어서면 현관 벽에 높이 걸려 있는 신발장이 눈에 띈다. 이번 추석 연휴 때 부부가 힘을 합쳐 완성한 것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신발장을 현관 위쪽 벽에 설치해 버튼으로 오르내리도록 했다. 신발장은 부부 분업의 산물이다. 아내는 컴퓨터지원설계(CAD)를 통해 작품을 도안한 후 목재와 금속 부품을 구입해 신발장을 조립했다. 남편은 용접을 하고 벽에 설치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부부는 이 신발장을 ‘엘리베이터 신발장’이라고 부른다.》

손재주가 유별나게 뛰어난 이 부부는 한국 기능장 부부 1호다. 기능장은 현장 실무 분야에서 최상급 숙련기능을 갖춘 사람에게 주어지는 국가자격증이다. 현재 국내에서 기능장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1만3561명(남 1만3097명, 여 464명)에 이르지만 부부가 함께 기능장을 가진 경우는 이 부부가 유일하다. 남편은 용접, 아내는 기계가공 분야에서 자격증을 갖고 있다.

기계 분야가 공통 관심사이다 보니 이 부부의 대화 주제는 여느 부부와는 조금 다르다. 음식점에 가면 음식 맛에 대해 얘기하기보다는 고기 불판을 앞에 놓고 “어떤 금속재료로 만들었나” “이런 식으로 만들면 고기가 덜 타겠다”는 얘기가 오간다. 생활 주변에서 편리한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이 부부의 취미다. ‘엘리베이터 신발장’처럼 주말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뚝딱거리며 만들어낸 것이 30여 점에 이른다.

울산과 인천에서 각각 상고를 졸업한 부부는 1999년 한전기공 인천사무소에서 근무할 때 처음 만났다. 카풀을 하며 남편과 친해진 고 씨는 동료 남성들이 남편에 대해 좋게 평하는 것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먼저 기능장 도전을 권유한 쪽은 남편이었다. 당시 생산기계, 전산응용가공 등 2개 분야에서 산업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던 아내는 기능장 시험을 보기 위해 기계를 직접 깎고 다루는 업무를 집중적으로 배워야 했다.

고 씨는 “기능장을 따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각자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는 남편의 제안이 부담스럽기보다는 고마웠다”고 말했다.

2001년 가을 결혼한 부부는 신혼 기간을 고스란히 기능장 시험 공부에 투자했다. 기능대학에 함께 입학한 부부는 업무를 끝내고 나면 학교에서 밤 12시까지 공부했다. 여름휴가는 도서관에서 보냈고 집안일은 물론 결혼 1주년 기념 파티까지 잠시 뒤로 미뤘다. 부부는 2002년 10월 나란히 기능장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쥐었을 때 ‘일심동체’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고 씨는 “남성 중심의 거친 작업 현장에서 감독 업무를 담당하려면 힘든 일이 많았다”면서 “남편이 용접 지식은 물론 남성 직원들과 잘 지내는 법에 대해 귀띔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세, 4세짜리 아들 둘을 키우느라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둔 고 씨는 현재 남편과 함께 창업을 준비 중이다. 언젠가 둘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아내가 설계한 것을 남편이 만들어 내는 시제품 제작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부부의 꿈이다.

부부는 내년 초 기술기능 분야의 최고수 장인에게 주어지는 기술사 자격증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 씨는 “내친김에 ‘기능장 부부 1호’에 이어 ‘기술사 부부 1호’라는 타이틀도 갖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주요 국가기술기능자격증 응시 조건
등급조건
기능사-제한 없음
산업기사-2년 이상 해당 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기능사 자격으로 1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기사-4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기능사 자격으로 3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산업기사 자격으로 1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기능장-11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기능사 자격으로 8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산업기사 자격으로 6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기술사-11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기능사 자격으로 8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기사 자격으로 4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기능사에서 기술사 쪽으로 갈수록 자격 수준이 높음. 자료: 한국산업인력공단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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