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언론 대못질’]제1부⑨언론통제 앞장선 홍보라인

입력 2007-09-07 03:01수정 2009-09-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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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이 역사에 남을 것인데 후대에 어떻게 평가받을지 생각해 보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라는 취재통제안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즐겨 쓰는 말이다. 김 처장은 브리핑 때마다 ‘역사의 평가’를 내세우며 기자들에게 ‘압박성 충고’를 한다.

○대통령 언론관 떠받드는 홍보라인

노무현 대통령이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기 내내 언론 탄압 정책을 끊임없이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의 비틀어진 언론관을 떠받드는 ‘충신(?)’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병완 이백만 윤승용으로 이어지는 현 정부의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들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각종 언론 통제 정책에 대한 ‘기획’을, 김창호 홍보처장과 양정철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이를 충실히 ‘집행’하는 역할을 해 왔다.

현재 기자들의 집단 반발을 사고 있는 취재통제안도 이들이 노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새로운 취재통제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을 때 청와대의 홍보라인은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백만 수석 체제였다.

이 실장 등 대통령 참모들은 취임 직후 도입한 개방형 브리핑제 시행 3년을 맞아 중간 점검을 해 보니 그 취지가 거의 퇴색됐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언론 통제 방안 구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출입기자단 해체와 기사송고실 통폐합을 골자로 한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 이 수석에 이어 올해 초 이 실장이 물러난 뒤 윤 수석과 김 처장이 새로운 취재통제안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5월 22일 새로운 취재통제안이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홍보처는 “올 1월 국내외 기자실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1월 16일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담합하고…”라며 기자들을 비판한 뒤 홍보라인에서 새로운 취제통제안 마련에 ‘박차’를 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계 출신들이 만든 취제통제안

주목되는 점은 현 정부의 각종 언론 통제 정책을 주도한 인사들이 언론인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병완 실장과 이백만 윤승용 수석은 한국일보 출신이고, 김창호 처장은 중앙일보 출신이다. 양정철 비서관도 언론노보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언론계와 인연이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을 잘 아는 언론계 출신들의 왜곡된 보고가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비틀린 인식을 더욱 심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취재통제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누구보다 기자 생활을 잘 아는 윤 수석의 ‘조언’을 많이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5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윤 수석은 워싱턴 특파원, 사회부장, 정치부장 등을 거쳐 2005년 9월 국방홍보원장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12월 청와대에 합류했다.

윤 수석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이 취재통제안을 만든 주역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내년 총선에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 출마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처장은 1994년 중앙일보 학술전문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내디뎠으며 문화부 차장과 논설위원을 지냈다. 2005년 3월 김 처장은 기자 생활 10년을 청산하고 명지대에 새로 만들어진 디지털미디어학과 학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명지대에 디지털미디어학과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김 처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처장은 교수로 임용된 지 한 달도 안 돼 차관급인 국정홍보처장으로 ‘발탁’되자 휴직계를 내고 정부로 자리를 옮겼다.

김 처장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김 처장은 정부로 옮기기 전 사석에서 노무현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김 처장의 ‘변신’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이 실장은 현 정부 장차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주도하고 있을 정도로 ‘노무현 맨’이다.

이백만 수석은 한국일보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한국경제TV 보도본부장 등을 지내고 국정홍보처 차장을 거쳐 청와대에 합류했다.

그는 지나치게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과 말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다. 한 언론에서 대통령을 ‘계륵’에 비유하자 “대통령을 먹는 음식에 비유하지 말라”고 반박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숱한 말을 쏟아낸 그는 결국 “지금 집을 사면 낭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부동산 발언 이후 하차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 설화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많다.

양 비서관은 취재통제안 발표 이후인 5월 31일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정부와 언론 관계를 더 선진화된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한 사육신(死六臣)이 되면 되었지 간신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충성심(?)을 과시하다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학보사 기자, 전국언론노조연맹(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보 기자를 지냈다. 1994년 나산그룹 홍보실을 거쳐 1995∼97년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홍보 업무를 맡아 언론인을 상대로 로비를 했던 일도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역대정권 언론탄압 주역들은

제5공화국의 언론 탄압은 허문도 전 통일원 장관, 이광표 이원홍 전 문화공보부 장관, 권정달 전 보안사 정보처장 등이 주도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허 전 장관은 12·12쿠데타 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허 전 장관은 권 전 처장 등과 함께 1980년 7∼8월 언론인 수백 명을 대량 해직하는 이른바 ‘언론 대학살’을 주도했다.

1996년 1월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종찬)가 발표한 전 전 대통령, 허삼수 씨 등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6월 허문도 국가보위비상대책위 문교공보 분과위원 등이 작성한 ‘언론계의 정화-정비계획’을 보고받고 문교공보 분과위에 ‘언론계 자체 정화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를 당시 이광표 문공부 장관에게 전달하도록 한 뒤 7월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언론 자율 정화 및 언론인 자질 향상에 관한 결의문’을 발표하도록 했다. 이후 신군부는 이 장관을 통해 언론인 해직 대상자 336명의 명단을 해당 언론사에 통보하도록 했고, 그해 10월까지 총 933명의 언론인이 해직됐다.

또 당시 신군부는 같은 해 11월 중앙 언론사주들을 소집해 통폐합 조치에 이의가 없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1도 1사’ 원칙에 따른 언론 통폐합을 단행했다.

신군부가 1980년 제정한 ‘언론기본법’도 당시 문공부 장관에게 신문사 정·폐간권을 줘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데 이용됐다.

이원홍 전 문공부 장관은 1980년부터 5년 동안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을 홍보하는 이른바 ‘땡전 뉴스’를 만들었다. 이 전 장관은 1985년 2월 문공부 장관으로 옮긴 뒤 홍보조정실을 통해 각 신문사의 기사를 통제하는 이른바 ‘보도지침’을 만드는 등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데 앞장섰다.

역대 국정홍보처장
이름재임 기간경력비고
오홍근1999. 5∼2001. 9중앙일보 논설위원17대 총선 출마
박준영2001. 9∼2002. 1중앙일보 부국장현 전남지사
신중식2002. 1∼2003. 3한국일보 기자, 시사저널 사장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조영동2003. 3∼2004. 2부산일보 편집국장17대 총선 출마
정순균2004. 2∼2005. 3중앙일보 부국장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김창호2005. 3∼현재중앙일보 기자, 명지대 교수현 국정홍보처장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홍보수석
이름재임 기간경력비고
이해성2003. 2∼8MBC 경제부장현 한국조폐공사 사장
이병완2003. 8∼2005. 2한국일보 부장, 대통령비서실장현 참여정부평가포럼 대표
조기숙2005. 2∼2006. 2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현 이화여대 교수
이백만2006. 2∼11한국일보 논설위원현 대통령홍보특보
윤승용2006. 12∼현재한국일보 부장, 국방홍보원장현 대통령홍보수석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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