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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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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담은 UCC 전세계서 돌풍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것은 6월 17일. 신랄한 평가로 유명한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은 동시에 백전노장의 음반 제작자이기도 하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와 계약한 소니BMG는 불과 한 달도 안되는 7월 16일 폴 포츠의 데뷔 음반을 내놓았다. 결승곡을 비롯해 준결승전과 예선 등에서 불렀던 ‘타임 투 세이 굿바이’, ‘마이 웨이’ 등을 담은 팝페라 앨범을 내놓았다.
폴 포츠의 동영상이 전 세계 손수제작물(UCC)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덕에 이 앨범은 영국에서 한 달 만에 40만 장이나 팔렸고, 국내에서도 발매 3주 만에 1만5000장이 넘게 팔렸다. 폴 포츠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앞에서 벌어지는 ‘2007 로열 버라이어티 퍼포먼스’ 출연 기회를 얻었으며, 내년부터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순회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그야말로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는 스토리다. 폴 포츠처럼 유독 성악계는 음악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뒤늦게 성공한 경우가 많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기악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대부분 4, 5세부터 시작한 천재 출신이어야 하는 것과 비교된다.
최근 EMI에서 ‘헨델 아리아집’을 발매한 이안 보스트리지는 옥스퍼드대와 캠브리지대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했고 옥스퍼드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취미로 노래를 배웠던 그는 1993년 데뷔 당시에도 옥스퍼드대의 연구원 신분이었다. 영화 ‘위대한 카루소’의 주인공이었던 마리오 란자는 트럭운전사 출신으로 커티스음악원에 피아노를 운반하러 갔다가 당시 보스턴 심포니의 지휘자 쿠세비츠키에게 발탁돼 성악을 하게 됐다고 한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남편인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는 피자가게에서 노래하다가 발탁됐으며, 영국의 전설적인 알토였던 캐슬린 페리어는 전화교환수로 일하다가 결혼 후 동네 노래자랑대회에서 입상하며 성악의 길로 들어섰다.
국내에도 이런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 전문 가수로 활약하고 있는 베이스 연광철은 상고 출신이다. 그는 고3 때 자격증 시험에서 떨어지자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목소리 큰 장기’를 이용해 성악으로 길을 돌렸다고 한다. 지난해 EMI에서 데뷔앨범을 낸 소프라노 유현아 씨는 의사가 되기 위해 텍사스주립대에서 분자생물학을 배우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에 슬픔을 잊기 위해 피바디음대에 입학해 뒤늦게 성악가의 길로 들어섰다.
○ “늦깎이라도 목소리-노력 더해지면 스타 가능성 충분”
그렇다면 유독 성악분야에서만큼은 이런 늦된 꿈이 가능할까. 음악평론가 장일범 씨도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월간 객석 기자를 2년 하다가 그만두고 러시아로 성악유학을 떠났던 경험이 있다. 그는 “발레나 기악의 경우 어릴 때부터 몸을 만들지 않으면 불가능하지만, 성악은 타고난 성대가 별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30, 40세가 넘어도 바른 길을 찾아 훈련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늦게 시작한 경우에는 더 고도의 노력과 집중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추석을 앞두고 영화 ‘즐거운 인생’,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개봉한다. 영화 속엔 40대가 넘은 아저씨들이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것 좀 하고 살고 싶다”는 절규의 몸짓이 가득하다. 실제로 주위엔 ‘갑근세 밴드’ 같은 직장인 밴드들도 성황이다.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들이 멋진 오페라 아리아 한 곡, 판소리 한 대목을 부르는 것도 도전해볼 만한 멋진 과제다. 혹시 아는가. 꾸준히 나만의 장기를 갈고 닦다 보면 내일 아침에 세계적인 스타가 돼 있을지.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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