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48>功成而弗居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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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은 졸졸거리며 흐르지만 지구를 감싸는 해류는 소리 없이 흐른다. 우리 속담에 ‘자랑 끝에 불붙는다’, 혹은 ‘자랑 끝에 쉬슨다’는 말이 있다. 자랑을 하다보면 잘난 체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시샘을 받게 되고, 결국은 말썽이 나서 화가 생긴다는 말이다. 자기 자랑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사람은 언제 자기 자랑을 하게 되는가? 자신의 공로가 크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그러므로 공로는 자신을 세우는 것임과 동시에 자신을 잃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현인들은 자신의 공로를 잊으라고 말한다. 공로를 자주 내세우면 시샘을 하는 사람이 생기고, 적이 생기고, 마침내 그는 제거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老子에는 功成而弗居(공성이불거)라는 말이 나온다. 功은 공, 공로라는 뜻이다. 功績(공적)은 공로를 쌓아 놓다, 즉 쌓인 공로라는 말이다. 績은 길쌈하다라는 뜻인데, 이로부터 쌓아놓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功勞賞(공로상)은 공적을 내고 수고를 했기 때문에 주는 상이라는 말이다. 成은 이루다라는 뜻이다. 而는 그러나라는 뜻이다. 敬而遠之(경이원지)는 ‘존경하지만 멀리 한다’는 말이다. 弗은 不과 같이 아니다, 아니하다라는 뜻이다. 居는 거주하다, …에 살다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功成而弗居’는 ‘공을 이루었지만 공에 살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공을 이루었지만 그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연은 만물을 만들어 놓고도 자신의 공을 자랑하는 일이 없다. 위대한 사람도 자신의 공을 내세우는 일이 없다. 공을 자랑하지 않으면 외롭기는 하지만 가슴은 영원히 훈훈하고 푸근하다. 공을 내세우다가 타인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에 비하면 이것은 가을의 저녁노을처럼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이 좋다면 아름다운 길로 가야할 필요가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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