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성석제의 그림 읽기]간단하고 중요한 비결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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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어떤 청년이 하는 말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결혼 적령기의 선남선녀가 나와 서로에 관해 알려 주고 장기를 보여 주는 한편 대화와 게임을 이어가다 마지막에 좋아하는 상대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이었지요. 사회자가 일부러 까다로운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그날 사회자는 청년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자리가 나 좌석에 앉았습니다. 바로 그때 노약자가 들어와서 내 쪽으로 오고 있다면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청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지하철에서는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경우는 저에게 없습니다.”

사회자는 헛다리를 짚은 사람처럼 슬그머니 웃더니 다시 질문했지요.

“자리가 텅텅 비어 있어도 앉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청년은 즉각 대답했습니다.

“예. 저는 이제까지 지하철에서 한 번도 자리에 앉은 적이 없습니다.”

와, 하고 야유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가 경쟁자와 여성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지만 청년은 개의치 않고 미소를 띤 채 서 있더군요.

그게 꾸민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누구에게 금과옥조의 가르침을 받아서 지켜 가는 원칙이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원칙이 있을 수 있지요. 귀가 얇은 저는 그 청년의 영향을 받아서 그 뒤로 지하철에서는 어지간하면 서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택시를 탔을 때 보기 좋은 은발의 운전사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택시 운전을 20년 넘게 했지만 난 급브레이크를 한 번도 밟은 적이 없어요.”

저는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면 어쩔 수 없이 급정거를 해야 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운전사는 한 마디 한 마디 천천히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이제까지 저는 사고 한 번 없이 운전을 해 왔어요. 여유 있게 마음을 먹고 천천히 다니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제가 그렇게 했는데 손님이 못 하실 리가 없지요.”

그분의 말씀대로 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노력은 하게 되더군요. 운전 실력이 확 좋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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