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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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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출판사가 이렇게 책을 끼워 파는 것은 당연히 좀 더 팔아보려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출판사가 밀고 싶은 신간(新刊)에 그것과 비슷한 장르의 구간(舊刊)을 한 권 덧붙여 판매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잘 팔리지 않는 책을 소진하기 위한 의도도 들어 있다.
한 출판사 대표의 말.
“어려운 여건에서 책을 만들었는데 그 책이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여 있다면 우리 같은 작은 출판사엔 창고 비용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 책을 나가게 할 필요가 있죠.”
그 과정에서 죽었던 책이 살아나기도 한다. 또 다른 출판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죽었다고 생각한 책을 끼워 팔았더니 그 보너스 책의 존재가 다시 알려지면서 그걸 찾는 독자들이 늘어나더군요. 얼마 지나니 끼워 팔지 않아도 될 만큼 힘을 얻게 됐습니다. 그러더니 독자적으로 팔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무려 3000부 정도가 더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읽히지도 않는 책을 쓸데없이 끼워 파니까 짜증만 난다”고 말하는 독자도 있고 “정신노동의 산물인 책을 어떻게 다른 책에 끼워 판단 말인가”라고 화를 내는 독자도 있다. 이런 지적에는 ‘고상한 책은 다른 상품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1.5L짜리 음료수 두 병 사면 라면 다섯 봉지 끼워주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끼워팔기도 흔하디 흔한데 그것에 대해선 별 얘기 없던 사람들이 왜 출판 얘기만 나오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 다른 대목에서는 철저하게 시장 논리를 적용하는 사람들이 책 얘기만 나오면 왜 지나치게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일까.
책 끼워팔기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출판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중적인 잣대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대형 출판사나 일부 출판사를 제외하면 출판계의 여건은 열악하다. 대부분의 고급 교양서나 학술서는 1000∼2000권을 소화하기도 어렵다. 팔리지 않는 학술서나 고급 교양서를 내다가 실용서를 한 권 내면, 곧바로 “이 출판사 왜 이래!”라고 비판한다. 과연 그 출판사를 탓할 수 있을까.
‘책은 정신적 산물’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1만 원짜리 책을 놓고 “책값이 왜 이렇게 비싸”라고 투덜대는 사람을 자주 본다. 한국은 세계에서 책값이 가장 싼 나라 중의 하나다. 출판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너무 이중적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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