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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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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에 잠든 이는 ‘여성’일 것이다. 그리고 ‘본능’일 것이다. 김선우(37·사진) 씨는 억눌린 여성이 아니라 본능을 스스럼없이 펼쳐 보이는 여성을 시화한다. 대담하고 관능적인, 능란한 시어는 충격적이다.
김선우 씨가 새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지성사)를 선보였다. 현대문학상(2004년) 수상으로 시적 성취를 평가받았으며, ‘최영미의 도발적이고 솔직한 면과 허수경의 농익은 감수성이 절묘하게 녹아 있다’는 평을 들었던 그다. 시 74편이 묶인 단단한 시집은 격정과 풍요로운 여성성이 흘러넘친다. 시 ‘아욱국’의 한 부분. ‘그 손이 짚어 준 저녁의 이마에/가난과 슬픔의 신열이 있었다면/그보다 더 멀리 간 뻘밭까지를 들쳐 업고/저벅저벅 걸어가는 푸르른 관능의 힘/사랑이 아니라면 오늘이 어떻게 목숨의 벽을 넘겠나’. 아욱을 빨아 국 끓여 주고 열 오른 이마를 짚어 준 그 손은 분명 ‘여성’의 손일 것이다. 김선우 씨는 이렇게 ‘여성만이 갖고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 주면서, 결핍으로 여겨졌던 여성성이 실은 그 자체로 충만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시로 증언한다.
평론가 박수연 씨는 김 씨의 시가 “이전과 달리 ‘타자’를 향해 시적 사유가 나아가기 시작한다”고 평한다. 여성성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그 여성적인 사랑을 통해 자신 아닌 다른 무엇에 손 내민다는 것이다. 이 ‘연대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는 ‘잠자리, 천수관음에게 손을 주다 우는’이다. ‘수 세기의 겨울이 쌓여 이룬 가을 봄 여름이에요. 비 그친 후 쓰러진 것들의 냄새 가득한//사랑이여 쓰러진 것들이 쓰러진 것들을 위해 울어요’.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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