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연령별 심리학]<5>14세 이후 청소년기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청소년기는 한마디로 ‘자아정체감’에 대한 혼란을 겪는 시기다. 이 고민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심리학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했다.

정체감 위기를 거치지 않고 남(특히 부모)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는 정체감을 확립한 것이 아니라 다만 유예한 것일 뿐이다. 그럴 경우 성인이 되어 큰 스트레스에 직면하거나, 그때까지 자신을 지탱해 주었던 부모의 도움을 더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큰 심리적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청소년기는 앞날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 시도해 보는 시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자기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시도해 보거나 앞으로 인생의 여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남이 짜준 스케줄에 따라 대학 입학을 목표로 바쁘게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모습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자신이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또 잘하는가를 깊이 탐색해 본다는 것은 정신적 사치로 치부된다.

부모들은 청소년 자녀가 모범생처럼 반듯하게 자라 주길 원하지만 자신과 다른 모습을 과감히 시도해 보고 싶은 욕구를 가진 청소년들은 부모의 기대와는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 시기에는 자기가 좋아하거나 자기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하고 역사적 위인이나 작품 속 인물, 혹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영웅들을 동일시한다. 초등학교 때는 단정하고 얌전하던 아이가 청소년이 되더니 찢어진 청바지나 힙합바지를 입고 머리 염색을 하고 귀를 뚫겠다고도 하며 때때로 반항을 일삼기도 하는데 이는 자기만의 독특한 자아감을 확립하고 싶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가 원하는 것을 아이에게 요구하기보다는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발달시킬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

아이스크림만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게 아니라 청소년 자녀들도 자신의 앞에 놓인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 시도해 보고,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인생의 목표와 장래의 직업을 찾을 수 있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좋은 대학에 가야만 자랑스러운 자식이라는 메시지는 아이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부모와 자식은 각자 고유한 인격과 욕구를 가진 독립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모든 시간을 투자하며 다걸기(올인)하기보다 부모들이 먼저 자신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부모가 그렇게 자유로울 때 아이들도 자기 선택에 따른 책임감과 불안을 감내할 수 있게 된다. 아이는 부모들이 바라던 대로 될 수도 있고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 스스로가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자신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믿고 지지해 주는 것이다.

신민섭 서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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