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세원 씨 법정 스님 산문 낭독 오디오북 펴내

  • 입력 2007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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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무소유’를 읽고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은 방송인 김세원 씨(왼쪽)가 스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아울로스 미디어
30여 년 전 ‘무소유’를 읽고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은 방송인 김세원 씨(왼쪽)가 스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아울로스 미디어
《상상해 보자. 은은한 클래식이 흐른다.

‘무소유의 삶’을 살아온 법정 스님의 담백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산문이 낭독된다. 게다가 목소리의 주인공은 듣는 이를 성찰과 내면으로 이끄는 방송인 김세원(62) 씨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김 씨가 법정 스님의 산문 7편을 낭독한 ‘오디오 북’이 나왔다.》

○ “가톨릭 신자지만 구애 안 받아”

그는 1964년 동아방송에서 ‘밤의 플랫폼’을 시작으로 ‘영화음악실’ ‘가정음악실’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해설까지 맡았다.

김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영세(영세명 율리아나)를 받은 가톨릭 신자다. 가톨릭 신자가 스님의 산문집을 낭송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씨는 “종교 간 벽에는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왜 그럴까. “어머님께서 종교를 가지려거든 다 다녀보고 선택하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외할머니 손에 이끌려 네 살 때 절에도 갔었어요. 그때 기억나던 구절이 ‘관세음보살 본심미묘 육자대명 왕진언 옴마니반메훔’(천수경)인데 정확히 맞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김 씨와 법정 스님의 인연은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님이 쓴 ‘무소유’를 읽고 가슴속에 진한 울림이 있었다. “간디에게는 물레와 밥그릇밖에 없었다며 스님이 부끄럽다 했는데 그 글을 읽는 제가 더 부끄러웠어요.” 그리고 그때 결심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내 목소리로 스님의 책을 녹음해 영원히 보존하고 싶다”고.

1993년 방송에서 법정 스님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해설자로 참여하면서 스님과 본격적으로 인연이 맺어졌다. 그리고 2003년 CD를 만들겠다고 스님께 허락을 청했다. 그러나 그해 9월 EBS 재단이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었다.

“스님 책을 잔뜩 받아 책상 위에 올려놨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작업을 못했어요. 스님께는 죄송하고, 그래서 아예 책들을 서재 방으로 옮겨놓고 그 방문을 열지 않았어요.”

그러다 편지를 썼다. 도저히 마음이 무거워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스님, 약속을 안 하는 것이 약속을 지키는 길인가 봅니다.”

○ 30년 전 ‘무소유’읽고 녹음 결심

결국 이사장직을 사임한 지난해부터 녹음을 시작했다. 오디오북에는 바흐와 모차르트, 멘델스존, 쇼팽 등의 아름다운 피아노 소품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그리고 김 씨가 좋아하는 잠언들을 곁들였다.

이런 식이다. “인도에서는 50세 나이를 ‘바나 프라스타’라고 합니다. 그 뜻은 ‘산을 바라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 나이 쉰이 되면 자식들은 자립하고 이제 어머니는 자신의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겁니다…누구도 나에게 빛을 줄 수 없습니다. 내 안에 내재해 있는 빛을 찾으십시오.”

오디오북이 나온 뒤 법정 스님은 “수고했어요. 고마워요. 앞으로도 계속해 보세요”라고 말했단다. ‘계속해 보세요’란 말이 김 씨에겐 마음고생했던 그간 4년의 성적표다. ‘참 잘했어요’라는….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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