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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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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강 대표도 서울에 출판사를 차릴까 생각했었다. 그래도 고향의 출판문화를 위해 부산에 터를 잡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었는데,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한 것이었다.
2년이 흘렀다. 산지니는 단행본 25권을 출간했고 문예잡지도 내면서 건실한 지방 출판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지역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필자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생태 전문 출판사인 그물코는 충남 홍성군의 한적한 시골에 있다. 직원은 장은성(37) 대표 한 명뿐이다. 사무실에서 먹고 자면서 주말이면 가족이 있는 서울로 올라온다.
그가 서울에서 홍성으로 출판사를 옮긴 것은 2004년 8월. 출판사를 차린 지 2년 만이었다. 원래부터 흙냄새가 그리웠던 데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친한 후배가 있는 홍성을 택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다행히 부인은 반대하지 않았다. 산지니의 강 대표보다 더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다. 장 대표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사람들이 이해할지 모르지만 흙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고, 농사짓는 사람들과 같이 지내서 좋습니다. 출판사 운영비용도 줄일 수 있고. 도시의 어느 조그만 건물에 박혀 있으면 사람들이 우리 출판사를 알아주기나 하겠습니까. 홍성으로 내려오면서 오히려 더 유명해진 것 같습니다.”
홍성의 자연 속에서 1년 푹 쉬고 2005년부터 책을 내기 시작했다. 홍성에서 10여 권 생태 관련 책을 냈고 대부분 스테디셀러여서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
그물코의 장 대표는 ‘잘나가는’ 대형 출판사인 민음사 장은수 대표의 동생이다. 동생을 출판계에 입문시킨 형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서울에선 상업 출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했죠. 서울로 돌아오고픈 유혹도 있을 텐데. 은성이가 홍성 가서 똑똑해졌더군요. 출판사의 성격과 규모에 맞게 장점들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서울에서도 좋은 필자들이 동생 회사에서 책을 내고 싶다고 하니 제가 더 기분이 좋습니다.”
문화로서의 책보다는 상품으로서의 책이 더 강조되는 이 시대. 지방에서 혹은 혼자서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건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없으면 우리의 책세상은 풍요로워질 수 없다.
“서울과 지방이 차이가 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말아 주세요.”
산지니 강 대표와 그물코 장 대표의 이구동성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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