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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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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데나 펼쳐 읽고 키득키득 웃기. 박상우(50) 씨의 소설집 ‘짬뽕’의 독서법이다. 책에 묶인 작품은 20편. 모두 원고지 30장 안팎의 짤막한 소설이다. 웬만한 소재를 ‘우겨넣기도’ 힘든 분량이지만 박 씨는 그 짧은 소설에 서사를 풍부하게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의 노력 때문인지 많은 작품은 서사를 웬만큼 갖췄을 때 얻어지는 ‘반전에 반전’의 재미가 있다. 가령 짝짓기 방송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이야기인 ‘짝, 짝, 짝짓기’가 그렇다. 수천만 원의 데이트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민준, 필 꽂힌 여자 ‘F2’에게 집요하게 구애하다 보니 F2도 은근히 호응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F2’가 찍은 남자는 민준이 아니라 ‘M3’다. ‘F2’와 ‘M3’. 가짜 커플이었음을 알게 된 민준이 다시 한번 ‘F2’에게 대시하는데 ‘F2’는 “당신도 괜찮지만…”이라면서도 거절한다. 왜?
그렇다고 그저 웃고 덮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노인 문제(‘머리에 검은 봉지를 쓰고’)나 군대 문제(‘계급보다 높은 것’) 같은 사회 이슈를 건드리는 작품들은 이 짧은 소설이 단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 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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