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80>安不忘危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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逆境(역경)을 이겨내기보다 順境(순경)을 이겨내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다. 역경은 힘든 생활을 말하고, 순경은 순탄한 생활을 말한다. 사람이 역경에 처하면 어찌되었든 그 생활을 이기고 살아남는다. 그러나 편안한 생활이 시작되면 편안함에 안주하며 곧바로 나태함에 물들게 된다. 군대 생활을 할 때는 새벽에 일어나던 사람이 제대를 하고 나면 곧장 늦잠을 자게 되는 일이 이런 예에 속한다. 편안할 때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닥쳐올 때는 어찌할 것인가?

‘安不忘危(안불망위)’라는 말이 있다. ‘安’은 ‘편안하다’라는 뜻이다. ‘安樂(안락)’은 ‘편안하고 즐겁다’는 말이고, ‘慰安(위안)’은 ‘위로하여 편안하게 되다’라는 말이다. ‘忘’은 ‘잊다’는 뜻이다. 바쁜 사람이 흔히 쓰는 ‘備忘錄(비망록)’은 ‘잊을 것에 대비하여 쓰는 문서’라는 뜻이다. ‘備’는 ‘준비하다, 대비하다’는 뜻이고, ‘錄’은 ‘기록하다, 기록한 문서’라는 뜻이다. ‘忘憂物(망우물)’은 ‘걱정을 잊게 하는 물질’이라는 말인데, 흔히 ‘술’을 이렇게 말한다.

‘危’는 ‘위험하다, 위태롭다’는 뜻이다. ‘危機(위기)’는 ‘위태로운 시기, 위태로운 조짐’이라는 말이다. ‘機’는 원래 ‘기계, 틀’이라는 뜻이지만 ‘시기, 조짐’이라는 뜻이 있다. ‘危機一髮(위기일발)’은 ‘위기가 눈앞에 닥쳐왔다’라는 말이다. ‘一髮’은 원래 ‘한 올의 머리카락’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한 올의 머리카락의 길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머리카락 하나의 길이만큼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安不忘危’는 ‘편안한 상태에서도 위기를 잊지 않는다’, 즉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편안할 때 준비를 하는 일은 여유 있고 즐겁다. 그러나 위난의 시기에 대처하는 일은 괴롭다. 문제는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 개인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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