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이성과 道 어우러질 때 새 문명의 미래 열린다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 나비의 꿈이 세계를 만든다·철학적 경영이 미래를 연다/박이문 지음/각 권 330쪽 내외·각 1만3000원·뿔

동서철학의 세계를 깊이 있으면서도 차분하게 풀어내 철학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가 2권의 철학 에세이를 동시에 펴냈다. 지난해 인촌상 수상 이후 첫 저술이다.

‘나비의 꿈이 세계를 만든다’는 동서 세계관의 융합을 천착한 비교철학의 산물이다. 저자는 순환적이고 미학적인 동양 세계관의 핵심을 도(道)로 포착하고 목적론적이고 기계론적인 서양 세계관의 핵심을 이성으로 포착한다.

도의 세계관은 내면적 평화를 가져온 반면 물질적 빈곤을 가져왔고, 이성의 세계관은 투명한 세계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물질적 복지를 낳았지만 지나친 인간 중심주의로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문명의 위기까지 불러왔다.

저자는 서양적 세계관의 대안으로 동양적 세계관을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 두 세계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한 융합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휴머니스트적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서양의 인간 중심적 세계관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동양의 생태 중심적 세계관을 수용하는 것이며 논리적이고 투명한 과학과 직관적이면서 불투명한 종교의 공존을 모색하는 세계관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는 이성과 그 활동의 산물로서 합리성을 재규정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성을 어둠을 비추는 빛과 같은 항구적 보편적 실체로 파악하는 계몽의 관점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회의하는 역동적이고 내면적인 성찰의 관점에서 파악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합리성도 인간 중심의 좁은 틀을 벗어나 인간을 둘러싼 생태와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생태학적 합리성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철학적 경영이 미래를 연다’는 이런 생태학적 합리성이 21세기 문명 경영을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20세기의 도구적 근시안적 분석적 합리성에서 21세기의 총체적 거시적 종합적 합리성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포스트 과학기술문명’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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