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이 지배하는 현실…과연 진실은 어디에?…'일루셔니스트'

  • 입력 2007년 3월 8일 03시 00분


영화 ‘일루셔니스트’. 사진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일루셔니스트’. 사진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래, 이 마술사의 말대로 인생은 ‘환상’의 연속일지 모른다. 오렌지나무가 삽시간 내 열매를 맺는 것도, 죽은 자의 영혼이 생전에 하지 못한 말을 하는 이 모든 것들, 분명 마술이고 환상일 뿐이다. 그러나 매일 밤 사람들은 마술사의 이름을 외치며 극장으로 모여든다. 환상이 현실을 지배하는 세상, 진실은 무엇일까?

8일 개봉하는 마술 영화 ‘일루셔니스트’ 속 주인공 아이젠하임(에드워드 노턴)은 마술쇼 시작 전 관객들에게 ‘죽음이란 무엇일까’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마치 ‘언어 마술’을 선보이는 듯한 그는 “마술은 사기야”라고 외치는 상류층의 권위에 도전한다. 그는 마술사 이전에 철학가, 혁명가이길 원한다.

그의 마술은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소식을 들은 황태자 레오폴트(루퍼스 슈얼)도 약혼녀이자 아이젠하임의 첫사랑 소피(제시카 비얼)를 대동한 채 그의 마술극장을 찾는다. 소피를 첫눈에 알아본 그는 그녀와 도망칠 것을 계획하지만 이를 눈치 챈 황태자는 홧김에 소피를 칼로 찌른다. 소피의 죽음 이후 슬픔에 빠진 아이젠하임은 모든 것을 중단한 채 죽은 자의 영혼을 부르는 마술에 몰두한다.

물론 영화 최고의 볼거리는 아이젠하임의 감쪽같은 마술.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로맨스, 계급차별 등 여러 개의 주제를 담아내려 한다. 자칫 복잡해질 수 있지만 그때마다 노턴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관객들을 압도한다. 단 한 번도 ‘왈왈’거리지 않지만 그는 영화 속 내내 무서운 인물이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영화를 끝까지 볼 것. 그는 전 세계 관객들을 향해 ‘반전 마술’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나름대로 무시무시하다. 설사 그 반전에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관객이 있더라도 그를 너무 헐뜯지 말길. 어차피 인생은 환상 아니겠는가.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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