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갔어도 사진하고 '굿'은 남았다

  • 입력 2007년 2월 8일 15시 57분


거제도 별신굿
거제도 별신굿
인도 라다크의 ‘챰’. 부처의 가르침을 방해하는 악귀들을 쫓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사원의례를 올리고 있다.
인도 라다크의 ‘챰’. 부처의 가르침을 방해하는 악귀들을 쫓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사원의례를 올리고 있다.
7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사진작가 고 김수남 추모사진전에서 김금화 만신이 ‘황해도 진오기굿’을 펼치고 있다.
7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사진작가 고 김수남 추모사진전에서 김금화 만신이 ‘황해도 진오기굿’을 펼치고 있다.
전시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고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전시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고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사진작가 고 김수남 씨 사망 1주기를 맞아 ‘추모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김 씨는 한국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그는 평생 굿판을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영상을 담았다.

김 씨는 1970년대 미신타파를 앞세워 전통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사라져가는 무속 현장이야말로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로 인식하고 사진 예술로 승화시켜 나갔다. 인류학, 국문학, 민속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과 공동으로 작업해 다큐멘터리 사진집 ‘한국의 굿’ 시리즈 20권을 내놓기도 했다. 1980년 중반부터는 중국, 일본, 인도, 미얀마, 베트남, 스리랑카 등 아시아의 소수 민족을 찾아 그들의 문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해 2월 태국의 오지 치앙라이에서 소수민족 리수족의 신년 행사를 취재하던 중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였다.

이번 추모전은 김인회 전 연세대 교수,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민기 학전 대표 등 문화예술계 인사 40여명으로 이뤄진 ‘김수남기념사업회’가 마련했다.

행사장에는 우리 굿판과 예인들을 찍은 사진, 아시아의 굿판을 찍은 사진 등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태국 취재 현장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촬영했던 사진도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전시회 첫날인 7일, 행사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생전 김 씨의 지인들과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에는 이색적인 ‘굿판’도 벌어졌다. 중요무형문화재 김금화 만신이 황해도 진오기굿을 펼친 것. 관람객들은 굿이 벌어지는 동안 단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김금화 만신의 이날 굿은 김 씨의 넋을 기리기 위한 진혼곡이었다.

‘굿’은 앞으로도 계속 펼쳐진다. 10일에는 춤꾼 김운선 씨의 경기도당굿과 전남 만신 이귀인 씨의 전라도 씻김굿이, 11일에는 제주도 만신 서순실 씨의 시왕맞이굿이, 19일에는 이애주 씨의 넋살풀이춤과 서울 만신 이상순 씨의 진오기새남굿이 예정돼 있다.

사진전은 이달 20일까지 열린다. ■ 문의 : 02-736-1020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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