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도움 힘입어 무대서 펄펄 날았죠”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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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동아무용 콩쿠르 금상 수상

“저 로잔국제발레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세은인데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35회 스위스 로잔국제발레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박세은(18·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 예정) 양은 7일 오후 귀국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 이세웅(68) 신일기업 회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박 양은 이날 저녁 동아일보에서 인터뷰를 하면서도 “몸도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데는 이 회장님의 후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거듭 말했다.

로잔콩쿠르는 출전자에게 숙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 티켓부터 보름간의 호텔 투숙비와 식비까지 전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6개월 전 회사에 사표를 내고 사업 준비 중인 박 양의 아버지와 피아노 학원을 하는 어머니에게 출전경비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출전 여부로 고심하고 있을 때 박 양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누군가 1000만 원을 쾌척했다는 것이었다.

박 양은 이 후원금으로 금강리(한국예종 강사) 코치와 함께 로잔으로 떠날 수 있었다. 박 양은 로잔으로 출국하기 전부터 골반이 아팠다. 거기에 스위스에 도착하자마자 십자인대가 끊어진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지독한 무릎 통증이 찾아왔다. 설상가상으로 지독한 독감에 걸려 호텔방에 꼼짝 없이 누워 있어야 했다. 금 코치는 직접 죽을 쑤어 주면서 박 양이 심리적, 신체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

“준결승에 출전하려고 대기 중이었는데 주최 측에서 ‘규정상 아픈 사람은 무대에 설 수 없다’며 나가라는 거예요. 내가 그래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우선 의사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하더군요.”

의사는 박 양에게 일단 약을 먹고 30분간 방에서 불을 끄고 누워 있으라고 지시했다. 박 양은 “깜깜한 방에 누워 있으면서 (출전을 못할까봐) 얼마나 떨리던지….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결국 박 양은 의사의 허락을 얻어 무대에 올랐다. 일단 무대에 서자 자신도 모르게 힘이 솟아올랐다. 평소 쌓은 표현력과 테크닉으로 일본 출전자를 따돌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로잔콩쿠르는 제가 어릴 적부터 꿈꿔 오던 대회였어요. 올여름부터 1년간 아메리칸 발레시어터(ABT)에서 연수를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돈키호테’나 ‘해적’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늘 즐겁게 춤을 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립발레단과 예술의전당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해 불가리아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입상한 5명의 출전 학생들에게도 콩쿠르 출전경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이들 외에도 많은 발레, 음악계 영재들이 도움을 받았다고 전한다. 액수와 관계없이 예술영재들에게 꼭 필요할 때 맞춤형 후원을 하는 그는 진정한 ‘패트론(후원자)’인 셈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나를 내세우기 위해 한 일이 아니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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