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157>誠於中形於外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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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세상이 야속하게 보일 때가 있다. 부모는 때로 자식이 야속하게 보이고, 자식은 때로 부모가 야속하게 보인다. 부부 간에도, 친구 사이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誠於中, 形於外(성어중, 형어외)’라는 말이 있다. ‘誠’은 ‘성실하다, 진실하다’라는 뜻이고, ‘於’는 ‘어디에’라는 뜻이다. ‘中’은 ‘가운데’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마음의 가운데, 마음의 중심부’를 나타낸다. ‘形’은 ‘형성되다, 나타나다’라는 뜻이다. ‘外’는 ‘바깥, 외부’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몸의 외부’ 즉, ‘몸 밖’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를 합치면 ‘誠於中形於外’는 ‘마음 가운데가 성실하고 진실 되면, 몸 밖으로 나타난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마음속에 성실과 진실이 존재한다면 어떤 경우이든 어떤 상황이든 밖으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밖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상대방이 그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상대방이 나의 성실과 진실을 보고 느끼면, 그것은 상대방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돼 사라지지 않는다. 일시적 망각은 있을 수 있지만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숨을 쉰다. 이것은 인류사회가 이어지는 원리 중의 하나이다.

인류사회에는 수많은 경쟁과 투쟁이 있어 왔고, 그런 만큼의 적수 혹은 원수가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에서 인류사회가 유지되는 이유는 상대의 성실과 진실에 대한 인정 때문이다. ‘降將(항장)은 不殺(불살)’이라고 했다. ‘열심히 싸우다가 항복하는 장수는 적군일지라도 죽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적군이라 하더라도 자기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성실과 진실을 인정한다는 말이다. 성실과 진실은 밖으로 나타난다. 자식이 야속하게 느껴지면 부모 자신의 성실과 진실이 자식에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야 하고, 국민이 야속하게 느껴지면 정치인 자신의 성실과 진실이 국민에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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