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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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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사립학교의 기숙사 쇼라이칸은 시골 촌구석에 있지만 누구나 선망하는 곳이다. 겨울방학이 되자 모든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사연’이 있는 학생 네 명만 남게 된다. 마치 페스트를 피해 별장에 숨어든 10명의 남녀가 ‘데카메론’을 창조한 것처럼, 기숙사에 남겨진 네 명의 아이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7일 동안 오직 그들만의 네버랜드를 만들기 시작한다.
30년이 넘는 기숙사라면 괴담은 필수. 쇼라이칸에도 작년 여름에 돌연사한 이와쓰키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유령이 나오는 기숙사에서 요시쿠니, 간지, 미쓰히로, 오사무는 밤마다 자신들의 비밀을 하나씩 밝히기 시작한다. 이때 안전장치로 말하는 내용 중 반드시 한 가지 거짓 정보를 섞어야 한다. 일단 타인의 비밀을 듣고 나면 자신의 비밀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비밀을 공유함으로써 네 학생은 불가사의한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10대가 무조건 아름답다는 것은 거짓이다. 어릴 때 아버지의 정부에게 유괴됐던 요시쿠니, 이혼 조정 중인 부모를 둔 간지, 부모를 잃고 윤간당한 미쓰히로, 자살한 어머니의 유령을 보는 오사무 등 네 학생은 모두 트라우마를 품은 채 성장통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이들의 모습이 절망적이진 않다. 세상은 늘 엉터리지만, 이들에게는 밝아오는 새해와 그들만의 네버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 온다 리쿠는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나 판타지를 다수 발표해서 흔히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로 불린다. 한국에서는 특이하게도 지난해 12월에만 5권의 소설이 번역 출간됐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네버랜드’, ‘밤의 피크닉’, ‘여섯 번째 사요코’를, 마음 따뜻해지는 판타지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빛의 제국’으로 시작되는 도코노 연작을 권한다.
한혜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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