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 새로운 한류로 떠오른다

  • 입력 2006년 12월 23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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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사실 국내만화 시장은 형편이 그리 좋지 않다. 전체 시장의 80% 이상이 외국 만화, 그중에서도 일본만화에 잠식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 그나마 시장이라도 커지면 다행인데 규모마저 해마다 줄고 있다.

우울한 상황이지만 만화 수출의 호조는 한국만화 부활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다.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만화 수출액은 1999년만 해도 24만 달러 수준으로 미미했지만 2004년 190만 달러, 지난해엔 326만 달러로 늘었다. 수출 대상국도 과거엔 일본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 치우쳤지만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동남아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현지 평가도 나쁘지 않다. 한국 만화를 프랑스에 소개한 씨베데 출판사는 “초기엔 일본 만화의 아류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작가의 뚜렷한 개성이 부각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더 주목 받는 한국 만화. 아직 못 봤다면 이번 주말에 만나보자. 지금껏 몰랐던 한국만화의 저력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다.

○ 새로운 한류 열풍, 출판만화

드라마로도 인기를 모은 박소희 작가의 ‘궁’(서울문화사). 드라마의 한류 열풍도 기대되지만 만화 ‘궁’은 이미 만화 한류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인기다. 대만과 베트남에서는 각각 11만 부와 8만 부 이상 팔렸다. 내년 1월엔 미국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다.

김성재 작가의 ‘천추’와 손희준 김윤경 작가의 ‘유레카’(학산문화사)도 국내외에서 두루 호평받고 있다. 2003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한 천추는 같은 해 6월 프랑스에서 출간돼 현재 15권까지 발행됐다. 거친 그림체에 비극적인 주제가 잘 어우러져 현지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1권의 누적 발행부수가 2만 부를 넘어섰을 정도.

소년만화잡지 ‘찬스’에서 인기 1위를 고수하는 유레카 역시 1권의 누적 발행부수가 1만5000권을 넘어섰다. 게임공간이라는 독특한 배경 속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돋보인다는 평.

‘호텔 아프리카’ ‘Fever’(서울문화사)의 박희정 작가는 프랑스어권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작가 사인회를 2차례나 열었다. 유려한 그림체와 독창적인 이야기 스타일로 열렬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프랑스판 인기의 여세를 몰아 내년 초에는 미국을 겨냥한 영어판도 출간할 계획. 후속작인 ‘마틴앤존’과 단편집 ‘너무 오래’는 프랑스어판과 영어판 모두 계약이 확정됐다.

○ 다양한 활로 개척이 관건

한국 만화의 인기는 출판에 국한되지 않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인기몰이를 하기도 한다. 인터넷 만화 서비스 전문업체인 ㈜이코믹스미디어(www.ecomix.co.kr)는 인터넷 서비스를 무기로 미국시장을 활발히 개척하는 대표적인 사례.

이코믹스는 미국 만화서비스 사이트 ‘넷코믹스’(www.netcomics.com)를 개설해 30개 작품(80여 권)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권당 1달러에 볼 수 있어 방문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하루 2000∼3000명이 찾고 있는데 이코믹스 측은 1년 안에 5배 이상 늘 것으로 기대한다.

이코믹스의 강점은 연재가 완결된 작품이 아닌 국내 신작을 한국과 미국 웹사이트에서 동시에 연재하는 데 있다. 김진태 작가의 ‘2급비밀’을 비롯해 ‘준’(이영란 작) ‘100%의 그녀’(지완 작)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만화수출 실적이 좋은 대원씨아이㈜도 현지어로 외국에서 동시 출판하거나 인터넷으로 만화를 연재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소영 작가의 ‘아르카나’와 임주연 작가의 ‘소녀교육헌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

대원씨아이의 김남호 국제판권사업부국장은 “초기의 해외 진출은 지역이 제한됐을 뿐 아니라 에이전트에 의존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며 “최근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직접계약 사례가 늘어 수익구조가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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