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중국공산당의 대장정은 세계 역사에서 보기 드문 드라마다.
겉으로 보자면 살아남았다는 것 말고는 남은 것이 별로 없는 참담한 실패였지만 고난을 견디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또 그 이야기에 감동받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킨 혁명의 불씨였다. 현대 사회주의 중국을 만든 동력은 이 ‘위대한 패배’였던 것이다.
6년 걸려 제작된 이 그림책은 대장정을 주제로 한 영웅적 서사시라 할 만하다.
그림을 그린 선야오이는 두 번에 걸쳐 산 열여덟 개, 강 스물네 개를 건너 대장정의 길을 답사했다.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붓끝에 실려 장정에 나선 사람들의 일상과 고난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1989년 책이 나온 뒤 중국의 ‘전국 미술도서 평의’ 금상을 받는 등 5개의 상을 휩쓸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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