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아테네서 로마까지… ‘인물로 보는 서양고대사’

  • 입력 2006년 11월 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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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로 보는 서양고대사/허승일 외 지음/900쪽·3만5000원·길

그리스·로마 신화에 심취한 독자들이라면 이제 올림포스 산에서 내려와 그 땅에 살던 그리스인들에게 관심을 기울여보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빠졌던 사람들이라면 그 주요 인물들에 대한 심층적 분석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 책은 우리 학자들이 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다. 31명의 서양고대사학자가 필자로 나서 최신 연구를 반영한 이 책에는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의 핵심 역할을 했던 39명의 인물사가 담겼다. 아테네의 신화적 영웅 테세우스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그리스문명을 이끈 12명, 로물루스부터 안토니우스에 이르는 로마공화정시대의 핵심 인물 15명, 아우구스투스 황제에서 기독교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까지 로마제정시대의 주요 인물 12명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라는 이유는 그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모두 전사로 키워지는 스파르타 시민과 상공업에 종사한 페리오이코이(주변인), 농업 경작을 맡은 헤일로타이(국가노예) 등 3등급으로 분류되는 스파르타식 체제를 창안한 리쿠르코스, 혈통이 아니라 연간 소득에 따라 4개의 신분 등급을 만들어 아테네 민주주의의 기초를 닦은 솔론, 원로원의 과두정치에 맞서 가난한 서민의 편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려 했던 로마의 그라쿠스 형제, 불세출의 영웅 카이사르 등.

그러나 이 책은 정치가와 군인 중심의 영웅관에서 빠져나와 신화를 체계화한 헤시오도스, 고대 의학의 완성자 갈레노스, 고전 수사학의 완성자 퀸틸리아누스,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비트루비우스, 라틴문학의 황금기를 구현한 호라티우스와 같은 문화 예술 과학자를 함께 다루고 있다.

아쉬운 것은 탈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이 빠진 점이다. 그 대신 150여 개나 되는 그리스 폴리스국가의 분열상을 치유하기 위해 범그리스주의를 제창했던 현실참여형 지식인 이소크라테스 같은 낯선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민주화 이후 새로운 문제에 봉착한 한국 사회의 혼돈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던져준다. 전체주의의 원형으로 치부되던 스파르타 체제가 고도의 합리성을 지닌 반면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떠받들어지는 아테네 체제가 상당히 취약했다는 깨달음이 그 하나다. 아테네도 한국의 개발 독재에 해당하는 페이시스트라토스의 참주시대에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는 사실을 음미하는 재미도 있다. 아테네의 솔론이나 로마의 그라쿠스 형제, 카틸리나의 사례가 보여주듯 민중의 편에 선 개혁이 해피엔딩인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다는 교훈도 찾을 수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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