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혼혈배우 문 블러드굿, 美ABC 드라마 주인공에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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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BC방송의 드라마 ‘데이 브레이크’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은 한인 혼혈 여배우 문 블러드굿 씨(오른쪽)와 어머니 정상자 씨.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ABC방송의 드라마 ‘데이 브레이크’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은 한인 혼혈 여배우 문 블러드굿 씨(오른쪽)와 어머니 정상자 씨.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한국계 혼혈 여성이 미국 ABC방송 프라임타임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드라마 ‘로스트’의 후속작 ‘데이 브레이크(Day Break)’에 출연하는 문 블러드굿(30) 씨. ‘X파일’을 만든 롭 보먼이 13회 분량으로 제작하는 이 드라마는 11월 15일부터 방송될 예정이지만 예고 방송이 나가면서 팬들의 문의가 쏟아져 인기몰이를 자신하고 있다.

블러드굿 씨는 올해 2월 미국에서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영화 ‘에이트 빌로(Eight Below)’와 ‘내 생애 최고의 데이트(With A Date with Tad Hamilton)’, ‘우리, 사랑일까요(A Lot Like Love)’ 등에 출연하면서 이름이 많이 알려진 배우. 그러나 지독한 가난 속에서 억척스럽게 살아온 한국인 어머니의 딸이라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블러드굿 씨의 어머니 정상자(65) 씨는 1973년 언니의 초청으로 미국에 건너와 기관사로 일하던 백인과 결혼했다. 한국 음식을 싫어하던 남편과의 문화적 차이를 이기지 못한 정 씨는 불화 끝에 블러드굿 씨가 3세가 되던 해에 이혼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정 씨는 환경미화원 등 허드렛일까지 닥치는 대로 해가며 가난 속에서 딸 둘을 키웠다. 밤잠을 줄여가며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한 끝에 양쪽 어깨 근육이 파열되고 허리를 다쳐 수술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런 어머니를 보고 블러드굿 씨는 2001년 잘나가던 뉴욕에서의 모델 활동을 접었다. 나이키 아디다스 레블론을 비롯한 30여 개 유명 브랜드와 계약하고 모델로서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팔이 부러진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것.

정 씨는 “딸 여섯에 아들 하나인 집에서 넷째로 태어나 가난에 시달리면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자살해야겠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며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일해 왔는데 (딸의 성공으로) 이제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말했다.

가수 겸 작곡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블러드굿 씨는 어머니의 고생스러운 삶을 담은 ‘아메리칸’, 13년 전 자살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일요일의 자살’을 비롯해 30여 곡을 만들었다.

김치찌개를 좋아한다는 블러드굿 씨는 “돈 없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문화적 차이를 겪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그러나 나는 분명히 한국인이자 미국인이며 열심히 일하는 한인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면 가족애를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블러드굿 씨는 어머니 덕에 웬만한 한국어를 알아듣고 한국말도 ‘약간’ 할 줄 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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