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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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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9일 북한은 “인민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서 일대 비약을 창조해 지하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이 충격적 현실을 맞아 세계인을 울리고 노벨 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른 마루키 부부의 ‘원폭의 그림’을 머릿속에 재조명하며 음미해 본다. 그림은 도시 거리의 생활 정경이 사라지고 피폭자 군상만 다루고 있다. 한순간 불타 버려 알몸이 되어 버린 남녀. 손 발 가슴은 부풀어 오르고, 보랏빛 피부가 녹아내려 빈사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유령의 행렬. 푸르스름한 섬광. 폭발, 불길, 열풍이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이 원폭 피해자들 중에는 조선인들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시체들은 조선인이었지. 까마귀가 하늘에서 엄청 날아와서는 조선인 시체 눈알을 파먹었다.”
단 한발로 24만 명을 살상한 원폭 파괴를 마루키 부부는 두루마리 그림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으로 펼쳐 나간다.
인간은 사막을 꽃피는 땅으로 만드는 힘을 애써 얻어냈다. 하지만 원자(原子) 속에는 사악함이 없다. 다만, 인간의 정신 속에만 사악함이 있는 것이다.
고정일 소설가 동서문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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