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원폭의 통곡’…日마루키 부부 反戰작품 떠올리며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디자인 메이드 2006’의 개막식에 참석한 관객들이 멀티미디어 아트 축제 ‘소나르’ 관련 자료를 둘러보고 있다. 김미옥 기자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디자인 메이드 2006’의 개막식에 참석한 관객들이 멀티미디어 아트 축제 ‘소나르’ 관련 자료를 둘러보고 있다. 김미옥 기자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자 세계는 경악했다. 히로시마 출신으로 친척과 지인을 한순간에 잃은 마루키(丸木) 부부는 원폭투하 사흘째 날 히로시마에 들어가 그 참상을 생생하게 보았다. 이 참혹한 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부부는 기도하며 온 정성을 바쳐 ‘원폭의 그림’ 15부 대연작(大連作)을 완성시킨다. 수묵화 대가인 남편, 힘찬 데생력의 아내, 그들은 수묵 담채에 붉은색을 살린 지옥초지(地獄草紙) 기법으로 걸작을 탄생시켰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은 “인민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서 일대 비약을 창조해 지하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이 충격적 현실을 맞아 세계인을 울리고 노벨 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른 마루키 부부의 ‘원폭의 그림’을 머릿속에 재조명하며 음미해 본다. 그림은 도시 거리의 생활 정경이 사라지고 피폭자 군상만 다루고 있다. 한순간 불타 버려 알몸이 되어 버린 남녀. 손 발 가슴은 부풀어 오르고, 보랏빛 피부가 녹아내려 빈사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유령의 행렬. 푸르스름한 섬광. 폭발, 불길, 열풍이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이 원폭 피해자들 중에는 조선인들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시체들은 조선인이었지. 까마귀가 하늘에서 엄청 날아와서는 조선인 시체 눈알을 파먹었다.”

단 한발로 24만 명을 살상한 원폭 파괴를 마루키 부부는 두루마리 그림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으로 펼쳐 나간다.

인간은 사막을 꽃피는 땅으로 만드는 힘을 애써 얻어냈다. 하지만 원자(原子) 속에는 사악함이 없다. 다만, 인간의 정신 속에만 사악함이 있는 것이다.

고정일 소설가 동서문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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