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 '식객' 까메오 출연

  • 입력 2006년 10월 8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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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충무로의 한 칼국수 집이 시끌벅적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바글바글한 사람들 틈으로 "컷" "레디 액션" 등의 소리가 들렸다.

배우 김강우와 이하나가 열연을 벌이는 이 곳은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영화 '식객'의 촬영 현장. 30여명의 보조 출연자들 중 유독 '후루룩' '짭짭' 소리를 내 스탭에게 핀잔을 받는 보조 출연자가 있었다. 황토색 여행 모자를 눌러 쓴 만화가 허영만 화백. 핀잔에도 불구하고 그의 젓가락은 음식을 떠날 줄을 몰랐다.

"아니, 여기 김치가 없네… 여기 김치 좀 줘요! 칼국수만 있으니 허전해. 허허…"

이 날 촬영은 주인공 성찬(김강우)과 진수(이하나)가 진수의 엄마가 운영하는 칼국수 집에서 만나는 장면. 까메오로 출연하는 허 화백은 식당 손님으로 출연, 이들의 만남을 축복하는 감초 역할을 맡았다. 대사는 "허허허, 진수에 성찬이면 진수성찬이네? 허허허"였다.

"여러분, 여기는 북적이는 식당이에요. 분주하게 움직여주세요"라는 감독의 주문에 이어 "허영만 선생님, 진짜 너무 많이 드시는 거 아니세요?"라는 특별 주문도 이어졌다.

"이러다 진짜 연기자 되는 건지 모르겠네. 오늘 촬영을 위해 아들 옷 빌려 입고 왔어요."

허 화백은 지난달 개봉해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타짜'에도 산악인 박영석 씨와 함께 카메오 출연했다. 영화 '타짜' '식객'은 그의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 '식객'은 2002년 9월부터 동아일보에 연재되고 있다.

그는 "영화사에서 부탁을 강하게 해와 거절할 수 없었다"며 "관객들이야 반갑겠지만 이제 피부도 쭈글쭈글해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론'에 대해 묻자 언제 그랬냐는 듯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레디 액션" 신호가 떨어지고 촬영이 시작됐다. "허허허" 하는 허 화백 특유의 너털웃음이 끝나자마자 "오케이" 소리가 떨어졌다. 촬영이 시작된 지 15분 만에 끝났다. NG 한 번 없이 끝나자 "허 선생님 연기 대박이네요"라는 주위의 칭찬이 들렸다. 그러자 허 화백은 "아휴, 이젠 힘들어서 안 할래"라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내 원작 영화에 까메오로 출연하는 건 작품에 대한 일종의 애정 표현이죠. '타짜'나 '식객' 그리고 '각시탈' 등 내 만화에는 슈퍼맨 류의 영웅이 없어요. 그저 이웃 얘기죠. 줄줄이 영화화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아닐까요?"

연출을 맡은 전윤수 감독은 "허 화백의 역할은 비록 까메오지만 영화 전체로 보면 가장 결정적인 대사"라며 "연기력이 나날이 높아지는 것 같아 몸값이 올라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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