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대숲 바람소리를 화폭에…전준엽 개인전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전준엽 씨의 ‘빛의 정원에서-대바람 소리’. 사진 제공 박영덕 화랑
전준엽 씨의 ‘빛의 정원에서-대바람 소리’. 사진 제공 박영덕 화랑
몽환적인 서정을 추구해 온 화가 전준엽 씨가 30일까지 박영덕 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 씨는 유화 물감을 이용해 노송 연꽃 나룻배 등 한국의 고전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그려 왔다.

이번 전시작은 전남 담양군 소쇄원의 대나무 숲을 모델로 한 ‘빛의 정원에서-대바람 소리’ 연작과 폭포와 산수를 그린 ‘빛의 정원에서-마음 풍경’ 연작. ‘빛의 정원에서’는 작가가 15년간 추구해 온 테마다.

전시작 중 ‘대바람 소리’는 바람에 기울어진 울창한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정자와 개, 유유자적하는 사람을 그려 넣은 풍경화다. 이 그림은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쏴∼아’ 하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만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적막감도 자아낸다. 정자에서 풍류를 나누는 듯한 두 사람에게서는 문인의 향기가 느껴지고, 뒷짐지고 걷는 이에게선 익살마저 풍긴다.

전 씨는 “지난해 무더운 여름날 소쇄원의 대숲 바람이 마음속에서 일어났다”며 “대바람 소리는 내 마음속에 앉은 대숲의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 풍경’ 연작은 폭포나 산을 소재로 한 작품들. 실경이 아니라 현대적인 세련미와 조형미를 갖춘 꿈속의 풍경화다. 문인화 특유의 절제미가 담겨 있고, 다양한 색채감으로 인해 실제 풍경 속에서 노니는 듯한 느낌도 준다.

작가는 겸재의 ‘박연폭포’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폭포 앞에 섰을 때의 역동적인 감정과 물안개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을 함께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1980년대 민중미술계열에서 활동했으나 이후 맑고 정갈한 토속적 정서를 통해 한국적 미감의 표현 방법을 모색해 왔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인의 마음속에 묻혀 있는 고향의 정서를 표현함으로써 ‘재미와 정감’을 준다는 평을 듣는다. 02-544-8481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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