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내가 보던 채널 어디로 갔지”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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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방송사(SO)들은 인기 채널을 고가 상품에 편성하는 방법으로 요금 인상을 하기도 한다. 사진은 영화채널 OCN의 외화 시리즈 ‘CSI 과학수사대’. 동아일보 자료 사진
케이블TV 방송사(SO)들은 인기 채널을 고가 상품에 편성하는 방법으로 요금 인상을 하기도 한다. 사진은 영화채널 OCN의 외화 시리즈 ‘CSI 과학수사대’.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하루아침에 채널 번호가 뒤죽박죽돼 짜증납니다.”(김은준·30) “시청자 동의도 없이 인기 있는 스포츠나 영화 채널을 비싼 상품으로 빼 갔군요. 이건 요금 인상을 위한 편성 아닌가요.”(구규회·44) 케이블TV 방송사(SO)들이 채널 개편 철을 맞아 갑작스럽게 채널을 바꾸거나 인기 채널을 고가 상품에 배치하는 ‘편법 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케이블TV에 관한 소비자 민원 건수는 봄철 채널 개편으로 4월 최고치인 151건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다 7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민원 건수는 84건으로 두 달 전보다 21건 늘었다.》

▽채널 번호 일방적으로 변경=시청자들의 주요 불만 내용 중 하나는 갑자기 채널 번호가 바뀌거나 즐겨 보던 채널이 빠진다는 것이다. 여남식(23) 씨는 방송위원회 인터넷 사이트의 시청자 불만 코너에 “채널 변경 사실을 고객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바꾸었다”고 항의했다.

방송위원회의 종합유선방송 표준약관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가 채널 상품을 변경할 경우 변경일 전후 15일간 운용 채널의 3분의 2 이상을 통해 변경 사실을 알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간대나 횟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시청자들이 채널 개편 사실을 제대로 알기 힘든 게 현실이다.

시청률이 높은 채널을 고가 상품에 배치하는 식으로 수신료를 인상하는 데 대한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법은 케이블 사업자들이 이용 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할 경우 방송위의 승인을 받도록 해 가격 상한선(1만5000원)을 규제하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의무형 고급형 등 여러 상품 중에서 인기 채널을 고급형에 배치해 규제를 피하는 동시에 가격 인상 효과를 거둔다. 성화준(25) 씨는 “인기 채널들이 최고가 상품으로 옮겨 가 1만1000원을 내고도 볼 만한 채널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방송위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블TV에 대해 시청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건수는 2304건이며 이 중 채널 편성(49%)과 요금 인상(20%)에 관한 내용이 69%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케이블TV 독점 인정, 이대로 좋은가=케이블TV에 대한 민원이 증가세를 보이자 케이블TV 시장에도 경쟁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은 지난해 말 ‘케이블TV 이용 관련 피해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독점 시장 구조를 개선해 케이블TV 사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4월 ‘케이블TV 시장에 대한 경제 분석 결과’를 내고 “가격 규제만으로 독점을 규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경쟁 촉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가 전국 77개 방송 구역의 119개 케이블TV 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독점구역(44개 구역 53개사)의 평균 수신료가 경쟁구역(옛 중계유선이 SO로 전환해 지역 SO와 경합하는 33개 구역 66개사)보다 15% 비싸고 제공 채널은 5개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쟁구역의 수신료는 월평균 5787원인 데 비해 독점구역은 855원 더 비싼 6642원이며, 채널은 경쟁구역이 58개로 독점구역(53개)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방송위는 △케이블TV 산업은 초기 투자비가 막대해 복수 사업자 허용은 자원 낭비이고 △케이블TV 출범 초기 사업자들 간 과당경쟁으로 시장질서가 무너져 그 개선 방안으로 지역 독점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맞서고 있다.

조은기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위성방송과 인터넷 프로토콜 TV(IPTV)가 도입돼 유료방송 시장은 이미 경쟁 상태이므로 케이블TV만 따로 떼어 놓고 독과점의 장단점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채널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피하나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하고 채널 변경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케이블협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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