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한국인 이용재를 잊지 마세요”

  • 입력 2006년 8월 16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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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한국인 이용재를 잊지 마세요"

16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에서 '푸른 눈의 한국인'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미국에서 태어나 바다 건너 멀리 한국 땅에서 숨을 거둔 이 노인의 이름은 이용재. 본명은 로이 토비아스. 향년 79세.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오늘날 한국 발레가 있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필라델피아 출신인 그는 1944년 미국 최고 권위의 발레단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최연소 단원(17세)으로 입단했다. 이후 현대 발레의 대부인 조지 발란신의 눈에 띄어 '뉴욕시티발레단'의 창단멤버로 10년간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는 등 무용수로서도 큰 명성을 거뒀다.

한국 발레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981년. 국립발레단의 객원 안무가로 3편의 작품을 선보인 뒤 1987년부터 8년간 유니버설 발레단(UBC)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재직했다. 이후 1995년부터 3년 전까지 서울발레시어터(SBT)의 예술감독 및 상임안무가를 맡음으로써 국내 3대 발레단과 모두 인연을 맺었다. 그는 문훈숙 UBC단장, 김인희 SBT단장 등 현재 한국 발레를 이끄는 사람들의 '아버지'이자 '스승'이었다.

발레 불모지 한국에 대한 애정이 유난히 깊었던 그는 1990년대 후반 아예 한국인으로 귀화하고 경기 여주군에 아담한 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근육질환으로 말년에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김인희 단장은 "오로지 한국 발레 무용수들의 열정을 믿고 한국에 정착해 한국 발레를 우리 보다 더 사랑해주신 분"이라며 "프로 발레단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던 시절 발레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가르쳐주셨다"고 애도했다.

평생 독신이었던 고인의 장례는 UBC, SBT를 비롯해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치를 예정이다. 발인 18일 오전 9시, 한양대병원 02-2290-9462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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