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수의 전성시대’… 오달수 스크린 평정후 다시 무대로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2분


코멘트
지난해 충무로에선 “한국 영화는 ‘오달수가 나온 영화’와 ‘오달수가 없는 영화’로 나뉜다”는 농담이 돌았을 만큼 오달수는 영화계의 진정한 스타였다.

올해도 그는 영화 ‘구타유발자들’의 시사회장에서 주연배우 한석규보다 더 큰 박수를 받은 조연으로 인기를 과시했고, 그가 출연한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뚝방전설’ 등이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이다.건달 혹은 깡패 같은 악역을 도맡은 배우로는 이례적으로 대기업의 이미지 광고와 신용카드 CF에 기용될 만큼 ‘달수의 전성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9월에 연극 ‘임차인’으로 1년 5개월 만에 대학로 무대로 돌아온다.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 ‘괴물’ 목소리 연기… “보너스 없나요?”

그는 점심 식사 대신 수프만 시키고 연방 물을 들이켰다. “어제 복날이라 연극하는 후배 녀석이랑 저녁에 ‘멍’을 하며 술 좀 했더니….”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걸로 유명한 그는 요즘도 틈만 생기면 ‘술과 사람’을 찾아 대학로의 밤거리를 어슬렁거린다.

1년에 서너 편씩 영화를 찍다보니 연극은 한 편 출연하기도 빠듯한 스케줄이지만 연극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은 여전했다. 최근까지도 영화 ‘사이보그라도 괜찮아’ ‘우아한 인생’ 촬영으로 바빴지만, “지난달 밀양연극촌에 하루에만 관객이 1000명이나 왔다던데” 하며 연극계의 소식을 ‘빠삭하게’ 챙기고 있었다.

극단 ‘신기루 만화경’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영화로 돈 벌어서 좋은 건 마음껏 술 사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다같이 힘들게 연극할 때는 술 마실 때 원칙이 있었죠. ‘3000원 빵’, ‘5000원 빵’ 하며 무조건 똑같이 나눠 냈거든요. 그게 공평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게 오히려 불공평하죠. 요즘은 밥, 술, 그리고 회식비용은 제 몫입니다.”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향해 항진 중인 영화 ‘괴물’에서 ‘괴물’의 목소리(숨소리) 연기를 한 그에게 ‘대박 보너스’는 없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하아∼” 하는 영화 속 ‘괴물’의 괴로운 신음 소리를 냈다.

“그 생각만 하면 속이 쓰립니다. 3일 걸려 녹음했는데 500만 원 받았거든요. 차라리 그때 생색나게 공짜로 해 주고 ‘대박 보너스’라도 기대할 걸.(하아∼하아∼) 그래도 설마 의리 있는 봉 감독이 양복 한 벌은 해 주겠죠?”

○“연극은 관객 앞에 나를 다 보여주는것”

연극 ‘임차인’(02-744-7304)은 그가 올해 초 출연을 결심한 작품. 그래서 작정하고 미리 시간을 비워 놓았다.

“이번에 연출하는 윤영선 선생님하고 연초에 술 마시는데 다짜고짜 그러시는 거예요. ‘이러저러한 작품을 하는데 거기서 너는 개야.’ 당연히 제가 하는 걸 전제로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저도 설명 듣는 순간 확 마음이 당겼죠. 그래서 무조건 9월 한 달은 비워 놓고 기다렸죠.”

‘임차인’은 4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 4명의 배우가 에피소드마다 2명씩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는 두 번째 이야기 ‘택시기사와 승객’과 마지막 이야기 ‘주인과 개’에 등장한다.

“저는 연극은 ‘까발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 앞에서 다 보여 주게 되니까. 그래서 영화하다 오랜만에 연극을 하려면 무대가 두렵죠. 하지만 전 저를 다 드러내는 게 두렵지 않아요. 그래서 연극은 꾸준히 할 겁니다.”

누군가 오달수를 두고 ‘한국의 존 말코비치’라고 했던가. 연극에서 출발해 스크린에서 개성 있는 조역과 서늘한 악역으로 유명해진 미국 배우 존 말코비치. ‘한국의 존 말코비치’ 오달수가 있어 대학로와 충무로는 행복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