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前차관 경질 파문]홍보 비서관이 인사문제에 관여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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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은 11일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아리랑TV 부사장, 한국영상자료원장의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화를 한 것은 압력 행사가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 협의”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주장은 시스템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우선 대통령홍보수석실이 무슨 권한으로 정부 부처 산하기관의 임원 인사를 협의했는지에 대해 청와대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아리랑TV와 한국영상자료원이 홍보수석실과 업무 연관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업무 연관성과 인사 문제는 완전 별개다.

아리랑TV 부사장 인사권은 아리랑TV 사장에게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나서서 문화부 차관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면 그 자체가 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다. 정 대변인은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업무상 일상적으로 늘 전화한다. 이 사안의 본질적 문제 이외에 설명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어물쩍 넘어갔다.

2003년 원장 공모제가 도입된 한국영상자료원의 경우 외부 인사들로 구성되는 원장추천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복수의 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문화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영상자료원은 공모를 통해 후보 3명을 문화부에 추천했으나 청와대가 청탁한 사람이 빠지자 직접 나서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요청했다. 청와대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는 사안에 개입한 것이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차관급 이상은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에서, 고위공무원단은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정부산하기관 임원은 해당 부처에서 관장한다.

유 전 차관이 6월 말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직무감찰을 받은 경위도 석연치 않다.

직무감찰은 홍보수석실이 의뢰했다고 한다. 전후 사정으로 볼 때 유 전 차관이 말을 듣지 않자 민정수석실에 ‘적절한 조치’를 해 달라고 요청했을 개연성이 크다.

노 대통령이 유 전 차관을 경질할 때 이런 내막을 알았는지도 의문이다. 차관급 인사가 발표된 8일 유 전 차관의 경질 배경을 묻자 청와대 측은 “타 부처와의 업무 협의 과정에서 ‘부처 이기주의’ 행태를 보였다. 경고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고, 이런 내용이 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유 전 차관이 경질된 이유는 신문법 후속 조치를 수수방관한 직무회피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때문에 문화부 주변에선 유 전 차관의 경질이 인사 외압→‘특별한 설득’→직무감찰→대통령 보고→경질의 수순을 밟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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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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