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유머 버무린 영화 종합선물세트 '몬스터하우스'

  • 입력 2006년 7월 26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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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는 귀신들린 집이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많은 동물과 물건들을 사람과 똑같이 만들어버린 3D애니메이션, 이번엔 집이다.

할리우드의 흥행 승부사 스티븐 스필버그와 '포레스트 검프'의 감독 로버트 저멕키스가 제작(절대 '연출'이 아니다)한 애니메이션 '몬스터하우스'(10일 개봉·전체관람가). 공포와 유머를 적절하게 버무린데다 살짝 감동까지 얹은 종합선물세트다.

항상 괴물같이 으르렁대는 네버크래커 할아버지의 집. 아내를 뚱뚱하게 만들어 잡아먹었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그의 집 앞에 가면 자전거나 야구공이나 뭐든지 사라져버린다. 할로윈 전날, 주인공 디제이와 친구 차우더는 네버크래커의 집에서 나온 카펫이 농구공을 삼켜버리는 장면을 본다. 둘은 집의 비밀을 알아내려 고군분투하고 그 집에 잡아먹힐 뻔한 여학생 제니까지 이에 가세한다.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이 귀신들린 집, 어른들 앞에서는 '아닌 척' 하는 똑똑함까지 갖췄는데.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 귀신들린 집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징그러울 정도로 생생한 3D애니메이션 기술은 이제 어디서 만들었건 거의 비슷해 보이는 게 사실. 그런데 미국에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몬스터하우스에는 분명 '플러스 알파'가 있다.

이 영화의 질감은 마치 진흙으로 만든 캐릭터를 사용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같은 느낌. 공포 조성을 위해 전체적으로 어슴푸레한 분위기 때문에 이제까지 본 밝은 색감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라 보인다. 사람의 움직임을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어 캐릭터에 입히는 '모션 캡쳐' 기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퍼포먼스 캡쳐'기술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캐릭터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물론 압권은 몬스터하우스. 창문을 눈으로, 집 옆의 나무를 팔로 삼은 이 귀신들린 집이 입을 쩍쩍 벌리는 모습은 블록버스터급이다.

캐릭터들은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서로를 보완해준다. 영리하고 때론 대담할 줄도 아는 주인공 디제이와 능청스럽고 코믹한 차우더, 영악하고 센스 있는 소녀 제니까지. 이야기를 끌어나가기에 필요한 요소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데다 이들의 대사도 감칠맛이 난다.

아이들과 집의 대결인줄만 알았던 영화는 후반부에 오래된 사랑의 비밀이 밝혀지며 의외의 반전을 준비한다. '역시 스필버그'라고 하면 찬사의 의미도, 실망의 의미도 되겠지만 여름의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는 손색이 없다. 놀이동산의 귀신집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랄까, 어느 정도 유치한 줄은 알지만 그래도 무섭고 재미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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