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앨범 ‘싸집’ 낸 싸이 “살찌고 나이 드니 나도 순해졌죠”

  • 입력 2006년 7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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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 건 자연스러운 거죠. 록 성향이 강한 4집도 제게는 자연스러운 변화랍니다.” 24일 4년 만에 4집 ‘싸집’을 발표하는 가수 싸이. 석동률  기자
“나이 먹는 건 자연스러운 거죠. 록 성향이 강한 4집도 제게는 자연스러운 변화랍니다.” 24일 4년 만에 4집 ‘싸집’을 발표하는 가수 싸이. 석동률 기자
○그 딴따라, 싸이의 배신?

흰색 와이셔츠에 흰 구두, 미용실에서 갓 나온 헤어스타일, 노 메이크업…. 그를 만나는 곳 10m 앞에서 알아차렸다.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29)가 아니면 안 될 모습이란 것을.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담배 한 개비를 빼들었다.

“30이 되니 많은 생각이 들어요. 어른, 아저씨, 결혼, 여기에 얼마 전부터 시작한 소속사(야마존뮤직) 운영까지…. 좌뇌와 우뇌를 함께 쓰는 일이 잦아지니 복잡해지더라고요.”

지난달만 해도 월드컵 응원가인 ‘위 아 더 원’을 발표해 서울시청 앞을 방방 뛰어다녔던 그가 철이 든 것일까? 24일 4년 만에 발표하는 4집 앨범 ‘싸집’에 대한 부담 때문은 아닐까?

“4집은 대략 무궁화 세 개쯤 되는 호텔 뷔페 같아요. 2001년 ‘새’로 데뷔해서 ‘챔피언’, ‘환희’, 그리고 ‘위 아 더 원’까지 왔는데 그간 이슈를 위한 독설도 있었고 독설을 위한 이슈도 있었죠. 하지만 이번엔 그럴 필요 없이 내 모습을 다양한 장르에 읊조리고 싶었죠.”

그는 “4집 신곡들을 들려주고 싶다”며 자신의 작업실로 안내했다. “싸이가 4년 만에 싸집을 싸가지고 왔다”라고 외치는 인트로부터 ‘god’의 김태우가 참여한 ‘원나이트 스탠드(하룻밤 섹스)’의 풍자곡 ‘인스턴트’, 여가수 아이비와 함께 부른 일렉트로닉 댄스곡 ‘노크’까지는 지극히 ‘싸이스러운’ 곡이었다. “아이돌 스타인 태우가 이 노래를 통해 어덜트 스타로 거듭날 것”이라는 그의 유머까지도.

그러나 이 ‘엽기남(男)’의 배신은 옛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만든 록발라드 ‘친구놈들아’부터 시작됐다. 선배가수 조덕배와 함께 부른 ‘어른’이 흐를 때 “세월이 변하듯 내 모습도 변하고 앞으로도 변하겠지…” 부분을 따라 부르며 배 위에 손을 얹었다.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온순한 양 같았다.

“4집이 돼서야 내 스스로 만족하는 앨범이 나온 것 같아요. 그간 작사, 작곡, 편곡 모두 내가 해야 성에 찼는데 욕심을 버리고 나니 오히려 전투력이 늘었죠. 가수에게 중요한 건 변화가 아니라 ‘업그레이드’인 것 같아요.”

음악적인 부분은 록 성향의 타이틀 곡 ‘연예인’에서 만개했다. 힙합과 댄스, 팝 사이에 어정쩡하게 머물렀던 자신의 음악에 대해 그는 “나의 최종 목표는 ‘림프비스킷’이나 ‘링킨 파크’ 같은 하이브리드 록”이라고 외쳤다.

“남자라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멜로 배우도 되고 ‘웃찾사’의 개그맨 못지않게 웃길 수도 있죠. ‘연예인’은 모든 남자가 여자들 앞에서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이 세상 여자에 대한 숭배 사상을 담은 거죠. 흐흐.”

○그 남자, 박재상의 회귀?

가수 데뷔 5년째. 섹스, 정치 등 날카롭던 그의 혀도 세상에 순응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촌철살인의 감각도 불어난 뱃살만큼 무뎌진 건 아닌지 걱정됐다.

“다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주름진 얼굴 없애려고 보톡스 주사 맞고 화장 진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어색하지 않나요? 전 나중에 배 나온 채로 턱시도 입고 디너쇼에서 ‘챔피언’ 부르는 게 소원인걸요.”

그는 마지막으로 ‘양아치’란 노래를 들려주었다. “양아치든 5선 의원이든 생긴 대로 자연스럽게 살자”고 말하는 이 남자, 여전히 왁스와 스프레이 냄새가 진하게 배어 나오는 ‘B급 딴따라’였다. 다음 달 있을 콘서트 준비와 ‘연예인’ 뮤직비디오 준비를 위해 그가 자리를 뜰 무렵, 그가 피운 담배꽁초를 세어 봤다. 정확히 4개. 우연 같지만 4집을 홍보하기 위한 ‘계략’은 아닐까. 왠지 싸이라면 그럴 듯했다. 그러자 천연덕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에이, 나이 들면 자연스러워진다니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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