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하인들에게 주는 지침’

  • 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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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들에게 주는 지침/조너선 스위프트 지음·류경희 옮김/180쪽·7500원·평사리

“빵을 자르기 위해 칼을 닦을 필요는 없다. 한두 조각 자르다 보면 저절로 닦인다. 다른 댁들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 댁 하인들에게 주인님 댁의 비밀을 먼저 이야기해 줘라. 서너 차례 부름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로 나타나지 마라. 개 이외에는 그 누구도 첫 번째 휘파람 소리에 나타나는 법이 없으니까….”

어떻게 하면 주인을 잘 속여 먹을 수 있을까? 하인 노릇을 편하고 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인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수십 년 동안 직접 관찰해 온 하인들의 행태와 심리에 대한 보고서. 퇴역한 늙은 하인이 들려주는 ‘하인 처세술’ 형식으로 된 이 책에는 속고 속이는 주인과 하인 간의 불꽃 튀는 머리 싸움과 생존법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주인이 무시하는 손님은 의도적으로 더 박대할 것(그래야 주인이 더 좋아한다) 등을 주문하는 이 책엔 스위프트 특유의 냉소와 아이러니, 유머와 조롱이 가득하다. 18세기 초반 영국 하인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21세기 월급쟁이들이 읽어도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공감을 불러온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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