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경영도 좋지만 내 고향은 무대”…예술가 CEO 합동 공연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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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배 예술의전당 사장, 최태지 정동극장장, 정은숙 국립오페라단장(왼쪽부터)이 18일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 모여 함께 연습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김용배 예술의전당 사장, 최태지 정동극장장, 정은숙 국립오페라단장(왼쪽부터)이 18일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 모여 함께 연습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발레는 젊은이의 예술이라 저는 일찌감치 무대에 다시 서겠다는 꿈을 접었어요. 그런데도 이번 공연을 준비하다보니 두 분이 정말 부럽네요.” (최태지 정동극장장)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국립오페라단 연습실. 피아니스트인 김용배 예술의전당 사장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정은숙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슈만이 아내 클라라를 위해 작곡했다는 가곡 ‘헌정(widmung)’을 섬세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최태지 극장장의 눈빛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무대 예술가이지만 지금은 무대를 떠나 예술단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세 사람이 무대를 향한 열정을 다시 한 번 불태운다. 27, 28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리는 소프라노 정은숙 씨의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의 노래’. 김 사장은 피아노 반주를, 최 극장장은 사회를 맡았다.

정 단장은 2002년 국립오페라단 사상 첫 여성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취임했고, 피아니스트인 김 사장은 2004년 줄곧 행정 공무원들이 맡아 온 예술의전당 사장에 연주가로서는 처음으로 발탁됐다. 최 극장장도 국립발레단 사상 최연소 단장에 올랐던 스타 발레리나 출신.

“국립오페라단장을 맡은 뒤 노래를 못하니까 공허했어요. 한창 피아니스트로 활동할 시기에 사장을 맡아 의도적으로 연주를 피해 온 김 사장님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서려니 무척 흥분됩니다.”(정 단장)

정 단장의 남편은 예술의전당 예술감독을 지냈던 오페라 연출가 고(故) 문호근 씨. 정 씨는 남편의 5주기를 맞아 여는 이번 음악회에서 ‘오 감미로운 나의 사랑’(글루크), ‘사랑하는 임을 멀리 떠나’(주세페 사르티), ‘오직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차이콥스키) 등의 아리아를 부르며 삶과 사랑,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김 사장은 1986년 문호근 씨가 설립한 ‘한국음악극연구소’에 참가하면서 정 단장 부부와 인연을 맺었다.

세 사람은 예술가 출신이지만 경영 능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정 단장은 국립오페라단 자립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 임기 3년의 단장 직에 재선임됐다.

김 사장이 취임 후 도입한 ‘11시 콘서트’는 오전 시간대 주부들을 공연장으로 이끌어냈고, 최 극장장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발레 등을 해설하는 히트 공연상품 ‘정동 데이트’를 만들었다.

그래도 세 사람을 여전히 떨리게 만드는 것은 무대다.

“역시 예술가는 무대에 서야 되는가 봐요. 정 단장님이 훨씬 아름다워졌어요. 목을 아끼느라고 저렇게 스카프도 꼭 매고 다니시고….”(최 극장장)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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