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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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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지닌 오 목사지만 설교나 기도를 할 때는 열정적이기 그지없다. 2003년 8월 옥한흠 목사의 뒤를 이어 사랑의 교회의 선장을 맡은 것도 이처럼 부드러움과 야성을 겸비했기 때문이 아닐까.
옥 목사의 후임이란 점에서 주목 받아 온 오 목사가 부임 이후 준비해 왔던 비장의 목회 보따리들을 하나씩 풀어 놓고 있다. 부활절을 앞두고 이 교회가 벌였던 ‘생명의 공동체를 세우는 40일 캠페인’(생캠)도 그중 하나.
최근 교회 집무실에서 만난 오 목사는 “생캠은 ‘생명공동체인 교회가 응집력을 키워 지역공동체를 섬기고, 지역공동체는 다시 민족공동체를 섬긴다’는 취지로 벌인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생캠 기간에 교인 1022명이 헌혈했고, 5500명이 장기 기증을 서약했다. 1998년 장기 기증 통계와 합산한다면 이 교회 교인 1만1300명이 장기 기증에 참여해 ‘장기기증운동본부’ 창설 이래 단체 최고기록을 세웠다.
사랑의 교회는 출석 교인만 4만5000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 이 중 2만5000명이 2500개의 소그룹(다락방)에 들어가 100여 가지의 다양한 미션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지만 나머지 2만 명의 교인은 예배 후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소극적’ 신앙인들. 교회 측은 이번 생캠 기간 중 ‘사역박람회’를 열어 이들 중 2000명이 파트타임으로 교회와 지역사회를 섬기기로 약속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이들은 각 소그룹들에 들어가 지하철음악회를 열거나 거리청소, 독거노인 돌보기 등의 봉사활동을 편다.
오 목사는 “부임 이후 3무(無)를 선언했다”며 은혜의 사각지대가 없는 교회, 대형 교회이지만 한 사람도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는 교회, 한 사람의 재능도 사장되지 않는 교회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간 오 목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12명의 신도로 시작한 ‘남가주 사랑의 교회’를 신도 6000명의 큰 교회로 키워 놓은 뒤 21년 만인 2003년 귀국해 옥 목사로부터 담임목사직을 물려받았다.
오늘날 많은 대형 교회가 세대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사랑의 교회에선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형 교회에서의 세대교체는 힘든 상황이다. 대부분 이런 일을 처리해 본 경험이 없다. 다들 첫 번째 케이스를 이제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 기준은 무엇이 교인들에게 유익한가에 있다. 사랑의 교회도 청년들이 늘어나고 새 시대에 맞춰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옥 목사님의 결심이 있었다. 옥 목사와 나는 목회에 대한 생각이 같다. 목회의 본질은 한 사람을 온전한 예수의 제자로 키우는 일이다. 옥 목사는 후임인 나에게 목회의 본질을 계승시켰다. 나와 옥 목사는 옷은 좀 다르더라도 뿌리는 같다. 세대교체는 아직 진행 중이어서 조심스럽다. 어느 조직에서나 후임이 와서 자리를 잡는 데 보통 3년이 걸린다. 이때 전임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전임은 비움의 영성을, 후임은 섬김의 영성을 키우는 게 세대교체의 핵심이라고 본다. 교회마다 뿌리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교회의 잣대로 다른 교회를 말할 수는 없다.”
오 목사는 “개신교 120년의 역사와 평양 대부흥 10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가 위기의식을 갖고 비전을 회복하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제 민족 복음화를 부르짖는 보수 측과 인권과 민주화를 주장해 온 진보 측이 함께 어울려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평양 대부흥에서와 같이 개신교의 각성이 사회개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의 개신교가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영성, 독특한 열정과 헌신, 제자훈련 등을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세계 교회에 내놓아야 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 목사는 한국 개신교 교회와 교인의 폐단으로 경직된 관료주의와 냉소적 비판주의를 꼽으며 “이제 대안 없이 서로 비판해 상처를 주고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음의 강력한 능력이 휘몰아쳐 우리의 삶이 변화되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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