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경이로운 생명’…세상에! 이런 동물 보셨나요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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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생명/팀 플래너리 글·피터 샤우텐 그림·이한음 옮김/232쪽·3만8000원·지호

5000만 년 전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땅덩어리가 떨어져 나왔을 때 유일하게 유럽에 살아남은 도롱뇽 올름. 1977년 올름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그 생김새가 너무도 특이해서 생물학자들조차 공룡의 새끼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 올름 한 마리가 작은 유리병에 담겨 냉장고에 12년 동안이나 방치되었다. 나중에 꺼내보니 놀랍게도 그 올름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해부를 해본 결과 소화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고.

올름은 100년을 산다. 동굴의 차가운 물에서 거의 먹지도 않고 살아간다. 밤도 없고 낮도 없는 영원한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올름에게 100년, 3만6500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피해야 할 적도 없고, 방해받을 일도 없으니 단지 세월을 견디는 것일 뿐일까? 올름은 그저 멸종 대신 망각을 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 그림과 함께 소개된 97종의 동물들은 생명 진화의 극단에 서 있는 경이로운 생명체들이다. 거의 외계생명체라 할 정도로 기이한 삶을 살아간다. 동물학자와 야생동물 화가가 만나 35억 년에 걸친 진화의 침입과 발전, 그 ‘사차원 생명 덩어리의 무용담’을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두 사람이 2003년 펴낸 ‘자연의 빈자리’가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사라진 멸종동물들을 복원했다면 이번엔 ‘아직’ 살아 있는 생명들의 현란한 춤을 보여 준다.

몸길이의 두 배가 넘는 기다란 눈썹을 갖고 있는 기드림풍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히말라야 고원을 어슬렁거리는 ‘설인(雪人)’ 황금납작코원숭이, 어둠의 심해를 누비는 은색 상어 ‘거대한 입’, 조용하고 점잖지만 얼굴이 새빨개 ‘술 취한 영국인’이라 불리는 흰우아카리….

이 놀라운 동물들은 수심 11.2km의 마리아나 해구 바닥에서부터 해발 약 6400m의 히말라야 정상까지 극한의 환경에서도 가장 장엄한 방식으로 대를 이으며 생존해 왔다.

그들의 외양은 분명 번식과 관련이 있다. 성적 매력이야말로 진화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우리 눈엔 기괴하기만 한 아귀조차도 다른 아귀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으로 보일 터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귀는 멸종했을 테니까!

암컷에 비해 아주 작은 아귀 수컷은 암컷을 만나면 꽉 물고 결코 놓지 않는다. 아예 몸속으로 파고든다. 오로지 암컷의 피를 통해 양분을 공급받는 수컷은 암컷이 요구할 때 정자를 뿜어내는 ‘암컷의 고환’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벌거숭이두더지는 무리 중에서 오직 한 쌍만 짝짓기를 한다. 그들은 왕족처럼 받들어지며 양껏 먹이를 제공받는다. 그 보답으로 그들은 봉사하는 자들에게 오줌을 음료로 하사(?)하는데 그 오줌에는 성욕을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고.

원제 ‘Astonishing Animals’(2004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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