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향기속으로 20선]<6>잡초는 없다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올 이른 봄에 겪었던 ‘잡초’ 사건이 기억난다. 마늘밭을 온통 풀밭으로 바꾸어 놓은 그 괘씸한 ‘잡초’들을 죄다 뽑아 던져 버린 뒤에야 그 풀들이 ‘잡초’가 아니라 별꽃나물과 광대나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정갈하게 거두어서 나물도 무쳐 먹고 효소 식품으로 바꾸어도 좋을 약이 되는 풀들을, 내 손으로 그 씨앗을 뿌리지 않았는데도 돋아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적대시하여 죄다 수고롭게 땀 흘려가며 뽑아서 버렸으니 어리석기도 하지.―본문 중에서》

따스한 봄볕 아래 아내는 냉이를 한참 캐고 있다. 멀리서 보면 뭐 푸른 싹이 있으랴 싶은데, 냉이는 벌써 먹을 만큼 쑥쑥 얼굴을 내민다. 이내 저녁 밥상에는 구수한 냉이된장국이 오르고 냉이 무침이 입 속으로 들어오며 “봄이에요”라고 한다. 봄 냄새라는 것이 이런 것이리라. 참살이(웰빙)니 뭐니 말하지 않아도 시골에 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는다. 자연을 위해 한 일은 별로 없는데 자연은 때만 되면 이렇듯 선물을 준다.

노을과 함께 저녁을 흐뭇하게 먹고 내 손에는 지금 윤구병의 ‘잡초는 없다’가 들려 있다. 철학교수였다가 농부가 된 사람의 이야기다. 초보 농사꾼이 겪는 에피소드부터 이 땅의 교육과 자연을 걱정하는 얘기가 담겨 있다. 자연과 사람을 귀히 여기는 그의 얘기는 오늘 먹은 냉이된장국처럼 건강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읽었으면 싶은 책이다. 마음을 기름지게 할 지혜가 가득하다.

결혼 전부터 나는 시골에서 살기를 꿈꿔 왔다. 돈 한 푼 없이 근사한 시골집을 머리에 가득 그렸다. 개도 몇 마리 키우고 뜰에는 이런저런 꽃을 심는 꿈을. 몇 해가 지나서 나는 평소 꿈꿔 왔던 대로 자그만 저수지가 앞에 있는 시골에 살게 되었다. 세 마리의 개와 매일 달걀을 여덟 개씩 낳아 주는 고마운 닭들을 키우고 있다. ‘잡초는 없다’에 나오는 얘기처럼 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생활이다. 밥찌꺼기는 개가 먹고 채소나 과일 껍질은 닭이 먹는다. 그러고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닭똥과 함께 퇴비 더미에 쌓아 둔다. 그 퇴비는 다시 밭으로 돌아가는 순환 고리를 이루고 있다.

서울에 살 때는 모든 것이 종량제 쓰레기봉투행이었다. 그러니 매일 매일 생기는 쓰레기는 처치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어디 그뿐이랴. 하룻밤 자고 나면 누군가 집 앞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기도 해서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자연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도시에서의 생활은 그저 참든가 아니면 무시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잡초는 없다’의 저자는 이 땅을 살리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무지막지한(?) 농사를 짓고 있다. 사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우리 텃밭을 보더라도 그 두 가지가 없으면 방울토마토니 뭐니 수확할 것이 없다. 도시 사람의 밥상에 오르는 대부분이 농약과 화학비료를 먹고 자란 것이다.

이 책에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얘기가 가득하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관심을 갖는다. 비록 부자에 이르지는 못한다 해도 서로의 마음과 눈빛을 봄볕처럼 나누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책 읽는 일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시골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이 직접 겪듯이 흘러간다. 봄날 냉이된장국처럼 맛나게 몸에 쑥쑥 들어간다. 한 그릇 받으시기를.

김현성 가수·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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