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김형곤씨 사망원인 뭔가

  • 입력 2006년 3월 12일 2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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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120kg에서 30kg을 감량해 다이어트 사업에도 진출했던 개그맨 김형곤(金亨坤)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충격을 주고 있다.

돌연사는 증상이 나타난 뒤 1시간 이내 사망하는 예기치 않은 자연사를 말한다. 대부분 돌연사의 주범은 심장병. 돌연사 하는 50세 이하 중년 남성의 90%는 심장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이나 심장동맥이 좁아지는 협심증이 원인이 된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는 1000명당 한두 명의 발생할 정도로 흔한 중년건강의 복병이다.

▽사인은 심근경색?=김 씨는 살을 빼기 전 동맥경화, 당뇨병, 고혈압 등 심장병을 일으킬 만한 원인질환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씨를 검안한 혜민병원 측은 "김 씨는 1시간 사우나를 하고 15분 정도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했는데 이것을 과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부검을 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을 알 수는 없지만 심근경색이나 부정맥에 의한 급성 심장마비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權鉉哲) 교수는 "김 씨는 뚱뚱할 때부터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있다가 운동 후 동맥경화 부위에 생긴 피떡(혈전)이 심장혈관을 막아 급성 심근경색이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씨가 화장실에서 사망한 것으로 미뤄볼 때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가 파열돼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 힘을 주다 사망하는 질환으로 고혈압 환자는 이런 경우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김 씨는 이혼과 아이를 외국에 내보낸 '기러기 아빠' 생활 및 사업, 코미디 활동 등으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트레스도 심장질환의 중요한 원인이다. 실제로 남을 웃기는 일은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큰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은 혈관을 수축해 혈소판을 자극하며 혈소판이 자극되면 피떡이 만들어진다. 또 혈관수축으로 상승한 혈압은 심장의 부담을 크게 만든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원인?=김 씨는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H헬스클럽에서 1시간 정도 사우나를 하고 러닝머신에서 15분가량 뛰었다. 1년 전부터 다닌 이 헬스클럽에는 일주일에 3, 4회 정도 와서 1시간가량 운동했다고 이 헬스클럽 서모 이사가 전했다.

서 이사는 "김 씨는 20~30분 운동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운동을 하곤 했다"며 "그러나 이날은 웬일인지 15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다가 화장실로 향했다"고 말했다.

동료 개그맨 이용식 씨는 "형곤이는 평소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 형곤이의 돌연사는 무리한 운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시청자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의무감에 불탔다. 밥을 먹으면 바로 운동할 정도로 집착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의 매니저는 "김 씨가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돌연사한 것을 믿기 어렵다"며 "한꺼번에 30kg을 뺀 것이 아니라 1, 2년 열심히 운동해서 뺐기 때문에 무리한 다이어트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개그맨 김 씨는 이날 오전 11시 반경 헬스클럽에서 목욕을 마치고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한 뒤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져 사망했다. 향년 46세.

이에 앞서 10일 낮 성낙합(成樂合) 서울 중구청장도 급성 심근경색으로 집무실에서 사망했다. 향년 57세.

이진한기자 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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