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쇠… 돌… 해금은 자연의 목소리”… 강은일 연주회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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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강은일. 사진 제공 정동극장
해금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강은일. 사진 제공 정동극장
“해금은 쇠(金) 돌(石) 줄(絲) 대나무(竹) 바가지(匏) 흙(土) 가죽(革) 나무(木) 등 8가지 자연의 물건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동서양의 어떤 악기와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명주실로 만든 줄을 말총으로 만든 활대로 쓰다듬고 애무하면서 소리를 내는 해금. 해학적이면서도 구슬프고, 진지하면서도 가벼운 천의 목소리를 지닌 해금은 21세기 월드뮤직 악기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큰 국악기로 평가받고 있다.

국악, 클래식, 재즈, 프리뮤직 등 여러 예술장르와의 접목으로 해금 음악의 지평을 확대해 온 강은일(39)이 3월 9∼11일 오후 8시 정동극장에서 사흘간 연주회를 연다. 21일 문화예술위원회가 수여한 ‘2005 올해의 예술상’ 수상자 음악회 참석차 제주도로 향하는 강은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강은일은 “그동안 해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깍두기’ 같은 반주 악기였다”며 “해금에 내재돼 있는 굉장한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부터 ‘해금 플러스’를 통해 해금과 가야금, 아쟁, 기타, 퍼커션, 콘트라베이스 등과의 실험적 작업을 해왔다. 또 루치아노 파바로티, 바비 맥퍼린, 피나 바우슈, NHK오케스트라 등과의 협연을 통해 해금이 국제적 악기로 도약할 가능성을 열었다.

“‘거지 깽깽이’란 말이 있듯이 예전에 거지들이 해금으로 파리 소리, 모기 소리를 흉내내면서 시장바닥에서 돈을 벌었죠.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았고, 대중적이었던 이 악기는 변화무쌍한 21세기에 가장 어울리는 국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은일은 이번 음악회에서 첫째 날은 해금 산조 등 전통 해금음악을 들려준다. 해금(2줄)과 아쟁(가야금처럼 뉘여서 활로 연주하는 8줄의 악기)을 혼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쟁 산조도 직접 연주한다. 둘째 날은 기타, 건반, 태평소 등 10인조 ‘해금 플러스’와 함께하는 창작 해금음악, 셋째 날은 색소폰(강태환)과 퍼커션(박재천) 피아노(미연)와 함께 해금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프리뮤직’에 도전한다.

강은일은 서양의 현악기와 다른 해금의 매력에 대해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활대가 꽉 조여져 있는 것이 아니라 활대가 느슨하게 돼 있어 ‘어머니 손맛’처럼 연주자마다 다른 개성적 소리가 난다”며 “심장 고동처럼 울리는 농현(弄絃) 주법은 서양악기가 따라올 수 없는 경지”라고 말했다. 2만5000원, 3만 원. 02-751-15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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