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역사도시 조성계획’ 논란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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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24일 발표한 ‘서울 역사도시 조성 계획안’은 600년의 고도(古都) 서울의 옛 면모를 복원하겠다는 ‘서울 도심 리모델링’ 구상이라 할 수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가 한국의 역사 문화의 중심임을 물리적으로 보여 줘 정부 부처들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옮겨 간 이후의 서울을 정치 1번지에서 역사와 문화의 수도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서울의 지도는 청계천 복원에 이어 또 한번 대대적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서울 성곽과 경복궁 광화문 등의 복원이 완료되면 서울이 유네스코 역사도시로 등재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하지만 광화문 이전과 광장 건립은 서울 도심 교통 체계나 재산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 추진 과정에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또 이번 계획안이 청계천 복원에 맞서 ‘서울 리모델링’이라는 콘셉트를 차기 대선의 이슈로 선점하려는 여권 핵심부의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광장 조성▼

서울 도심의 광화문을 원래 자리에 복원하겠다는 문화재청의 계획은 ‘정궁(正宮)의 정문’을 복원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태조 4년(1395년)에 세워진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타 고종 2년(1865년) 경복궁 중건 무렵에 복원됐으나 일제강점기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졌다. 그 후 6·25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됐다가 1968년 복원됐다.

북궐도(北闕圖)를 비롯한 당시 궁궐 지도를 보면 현재의 광화문은 원래 위치에서 북쪽으로 14.5m 밀려나 있다. 건물 방향도 근정전을 중심으로 관통하는 남북축에서 5.6도 기울어져 있는 상태. 원래 목조 건축물이었지만 1968년 복원 당시 원래보다 1.5배 큰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어진 점도 ‘구조 복원’의 대상이다.

문화재청은 광화문을 원래 위치인 현재의 광화문 앞 차도에 옮겨 복원하면서 그 앞에 월대(月臺)와 해태상도 복원해 설치할 계획이다. 월대는 외국의 사신을 맞이하고 전송하는 마지막 자리이며, 군사훈련 때 왕이 나가 볼 수 있는 돌로 된 단으로 길이가 52m, 높이는 40cm에 달한다. 월대의 좌우는 자연스럽게 광장으로 조성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광화문 동쪽의 주차장도 시민 휴식공간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월대뿐 아니라 좌우 담장, 안쪽 흥례문과의 사이에 군인이 사용하던 수어장청 등 부속시설도 복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난관은 이로 인한 서울 도심 교통 문제. 광화문이 남쪽으로 14.5m 전진 배치되고 52m 길이의 월대, 월대 끝에 해태상이 설치되면 현 광화문 앞 도로 가운데 70m가량이 광화문 터로 흡수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 지체가 심해질 뿐 아니라 교통안전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컨대 안국동 쪽에서 사직단 방향으로 가려면 현재는 직진이 가능하지만 광화문이 복원되면 같은 길을 동십자각 앞 좌회전→광화문 앞길→서십자각 방향 우회전→사직단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한다. 무려 세 차례 이상 회전을 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광화문 복원 계획은 문화재청의 희망사항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쳐 교통 흐름 등 도시 기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광화문 복원 사업을 하려면 사업 규모가 상당 부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도로 교통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지하차도를 만드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 앞은 지하철을 비롯한 지하시설물이 많은 장소여서 지하차도는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문화관광부, 주한 미국대사관 자리에 복합문화공간을 포함한 광장 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은 2008년 말 이후로 예정된 미 대사관의 용산 이전, 2012년 문화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로의 이전 이후에나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원에 포함될 도로변 등의 사유지 매입도 풀어야 할 과제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서울성곽 복원▼

문화재청은 2015년까지 서울 성곽의 유·멸실 구간 7.5km를 복원할 계획이다. 사적 10호인 서울 성곽은 총 18.2km 구간 중 1975년 이후 지금까지 10.5km 구간이 복원됐다. 문화재청은 서대문∼인왕산 구간과 혜화동 서쪽, 광희문 남쪽 등 유실된 구간 2.4km를 복원하고, 숭례문∼소의문(昭義門)∼돈의문(敦義門·서대문) 구간과 흥인지문 주변 등 멸실 구간 5.1km는 성곽의 자취를 화강암(지대석)으로 도로에 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돈의문 50평과 소의문 30평 등 사라진 문루도 복원할 예정이다.

서울 성곽 복원은 사실 서울시가 추진해 온 사안이다. 서울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발표한 서울 성곽의 인왕산 구간 복원은 이미 서울시와 협의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예산 문제는 아직 불투명하다. 서울시는 서울 성곽 복원과 관련해 올해 총 27억 원(국비 19억 원, 시비 8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서울 성곽 대부분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추가 예산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산 편성에 대해 “정확한 액수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서울시와 협의할 계획”이라고만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청와대 뒷산 개방▼

청와대 뒷산(북악산) 일원은 북한 무장공비가 침투한 1968년 1·21사태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됐던 곳이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8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함께 북악산을 등반할 때 ‘행정수도를 옮기면 북악산을 서울 시민에게 돌려줄 생각’이라며 숙정문 일원 개방을 검토해 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 국방부, 문화재청 등이 현지답사를 비롯해 세부 방안을 협의해 왔다는 것.

단계적 개방을 거쳐 2007년 10월에는 청와대 경호를 위한 최소 구역을 제외하고 193만 평(한강둔치를 제외한 여의도 면적의 2.2배)이 전면 개방된다. 군사시설 주변에는 자체 방호 펜스가 설치되고 인왕·북악산길 미관형 펜스를 제외한 중간경계용 철책은 철거된다. 개방되는 지역에는 탐방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유 청장은 “북악산 일원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이 보전된 만큼 식생조사를 거쳐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해 종합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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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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