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 입력 2005년 12월 3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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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강물이 흘러갑니다. 이렇게 을유년(乙酉年)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한 해 동안 대지를 감싸 주던 태양은 서서히 일출봉과 아쉬운 작별의 그날을 기다리고, 겨울나무들은 발목까지 휘휘 감기는 바람을 맞아 옹송그리며 떨고 있습니다.

모두가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인데… 공연히 사람의 마음만 소란스러웠던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돌아서는 한 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시간의 강물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스쳐 가는 듯 스쳐 오고, 스쳐 오는 듯 스쳐 가는 게 세월입니다. 옛 선사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모두가 꿈속의 일인 것을/저 강을 건너가면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인가/누구나 한번은 저 강을 건너야 한다/나 또한 다를 바 없어 곧 바람 멎고 불 꺼지리라/꿈속의 한평생을 탐하고 성내면서/너니 나니 하고 다투기만 하는가.’

이제 시비와 흑백을 가리며 살아온 시간들을 아쉬워하며 새날을 위한 참회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참회란 새날을 위한 간절한 기도입니다. 스스로 바로 서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삶의 두레박으로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려는 노력입니다.

삶의 기쁨은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가꾸는 기쁨이란 걸 다시금 깨달으며 내 삶의 뜨락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고 싶습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테레사 수녀님께 기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수녀님, 수녀님이 돌아가시면 세상은 이전과 같을 겁니다. 그동안 그렇게 애쓰셨는데 달라진 게 뭡니까?”

수녀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한번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깨끗한 물 한 방울이 되려고 했을 뿐입니다.”

새해에는 성속(聖俗)의 울을 벗어나서, 종교의 울을 넘어서서, 우리 임의 사랑이 빛을 낼 수 있는 깨끗한 물 한 방울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김홍선 원불교 제주 성산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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