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은 합리적 행동의 지표” “철학적 관점선 기만”

  • 입력 2005년 11월 1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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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불가침의 영역에 놓여 있는 사유재산권의 정당성을 철학적 관점에서 짚어보는 토론이 벌어졌다.

철학연구회(회장 황경식)는 12일 건국대에서 ‘사유재산권과 공공재’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유재산권을 옹호하는 이론으로는 재산은 인간의 노동 투입의 결과물이므로 정당하다는 로크의 노동이론, 자기실현의 확대로서 생산 활동의 결과이므로 정당하다는 헤겔의 인격이론이 꼽힌다. 또 재산이 공유될 경우 남용되고 착취되기 때문에 사유재산제가 필요하다는 하딘의 ‘공유의 비극’이론, 분배 정의를 시행하기 위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게 된다는 노직의 ‘자유지상주의’이론도 있다.

기조 발제를 맡은 황경식(철학) 서울대 교수는 사유재산권은 근대적 발명품이므로 천부적 절대권이 아니며, 분배적 정의라는 도덕개념에 의해 정당한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로크의 노동이론이나 헤겔의 인격이론은 그 생산물 산출의 사회적 배경을 무시하고 있으며, 노직의 이론은 사유재산제가 다수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 자기모순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덤 스미스도 재산을 축적하려는 욕구가 행복에의 길이라는 믿음이 일종의 기만이라고 생각했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물질적 부에 대한 소유욕이 인류의 번영과 풍요를 가져오는 생산적 기여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을 보장하리라는 것은 경제학적으로는 생산적일지 몰라도 철학적 관점에서는 기만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경국(경제학) 강원대 교수는 재산권 논쟁을 인간은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는 ‘윤리적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인간의 완전한 지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거대한 오류라고 지적하면서 흄과 하이에크의 ‘지식의 논변’을 인용해 “사유재산제는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준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재산이 공유될 경우 남용되고 착취되는 ‘공유의 비극’이 발행하는 것은 인간 이성의 구조적 무지 때문이라며, 사유재산권만이 인간을 합리적 이성에 따라 행동하게 해 준다고 주장했다.

즉, 사유재산제는 불완전한 정보를 가진 개인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하도록 하는 지표(가격)를 제시하고, 사유재산을 둘러싸고 형성되는 도덕규칙과 전통 관습 같은 초의식적 행동 규칙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인간을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초석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사유재산권은 인위적 질서도, 자연적 질서도 아닌 자생적 질서로서 장구한 역사적 과정을 거치며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획득한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라며 “미국 뉴올리언스의 비극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것이 아니라 방파제가 주인 없는 공유지였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유의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최배근(경제학) 건국대 교수는 “사유재산제는 시장경제의 본질적 수단이 아니라 보조적 수단”이라며 “시장경제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성격이 유형재에서 무형재(지식과 정보재화)로 변화한 ‘포스트모던 경제학시대’에는 재산권에 대해서도 다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경합성과 배제성을 특징으로 한 상품의 시대에는 ‘경쟁의 원리’에 따라 사유제가 효율적이지만 비경합적이고 경계가 불분명한 무형재의 시대에는 ‘협력의 원리’가 효율적”이라며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가 특허 공유에 나선 것처럼 협력의 원리를 적용할 경우 ‘공유의 비극’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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