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D-10]"탄탄 경력" vs "신선 이미지"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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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선거(31일)를 앞두고 대한불교 조계종 내 여러 세력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전국 교구 본사별로 선거인단이 확정되고 21∼23일 후보 등록이 이뤄지면 선거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과 예산권 등 종단 최고의 행정권한을 갖고 있는 총무원장을 차지하는 측에서 종권을 장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법장 전 총무원장의 갑작스러운 입적으로 실시되는 이번 선거에는 중앙종회(의회에 해당) 의원 81명과 24개 전국 교구 본사에서 10명씩 선출하는 선거인단 240명 등 총 321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조계종 중앙종회에는 사회의 정당 같은 종책(宗策) 모임이 여럿 있다. 현 총무원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는 여당격의 종책 모임으로는 일승회와 화엄회가 있다. 금강회와 보림회는 야당 성격의 모임이다. 이들 계파는 총무원장 후보 옹립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의와 움직임을 보여 왔다.

범여권은 지관(가산불교문화연구원장), 설정(수덕사 수좌), 도영(포교원장) 스님 3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가 지관 스님을 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도영 스님과 그를 지지하는 화엄회 일부가 여권에서 이탈했다.

범야권에서는 도영 스님과 정련(부산 내원정사 주지) 스님 등을 놓고 의견 통일을 보지 못하다가 18일 극적으로 정련 스님을 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후보군은 두 스님과 단기필마(單騎匹馬)로 뛰어든 월서(호계원장) 스님 등으로 좁혀졌다.

여권과 야권에서 추대된 두 스님은 인물 면에서 여러 가지로 대비된다. 지관 스님은 동국대 총장, 해인사 주지를 지내는 등 학승(學僧)과 사판승(事判僧·절의 재무와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스님)으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73세인데도 가산불교문화연구원장, 동국대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 경국사 조실, 조계종 원로의원을 맡고 있다.

이에 반해 올해 63세로 10년 젊은 정련 스님은 부산지역에서 어린이 포교사업과 복지사업에 주로 헌신해 왔다. 또 종단 내부에서는 총무원 총무부장, 포교원장 등을 지내며 행정 경험을 쌓았고 사회적으로는 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대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지관 스님 지지자들은 “두루 경력을 쌓은 원로급 인사가 맡아야 종단을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정련 스님 지지자들은 “포교사업을 묵묵히 펴 왔으며 때가 덜 묻어 신선한 이미지의 인사가 맡아야 불교의 역량을 키워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종회나 교구본사의 세력 분포를 보면 양쪽 지지 세력은 엇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범여권 지지 우세 본사로는 직지사 해인사 용주사 수덕사 통도사 송광사 등이, 범야권 지지 우세 본사로는 대흥사 금산사 쌍계사 관음사 월정사 은해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아직 관망하는 본사가 많고 같은 본사 내에서도 선거인단의 지지 성향이 달라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또 선거과정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기느냐에 따라 선거판이 요동칠 수도 있다.

총무원장 선거는 31일 오후 1∼4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실시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161표 이상)를 얻으면 임기 4년의 제32대 총무원장에 당선되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를 실시해 다수 득표자가 승리하게 된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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